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사랑 바이러스가 한국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자신의 것을 이웃과 나누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 재산을 내놓은 박부자(마르타·85·서울 명동본당) 할머니도 사랑 바이러스에 전염됐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껏 살아와서 죽을 때 다 돌려주고 갈려고 했는데,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지켜보면서 결심했어요.”
박 할머니가 모금을 통해 기부한 전 재산은 전세금 500만원. 식당 주방일, 가사 도우미 등을 하면서 어렵게 모은 재산이다. “어려울 때마다 하느님께서 저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더 이상 걱정이 없네요.”
함경북도 나남 출신 할머니는 남한에 있는 사촌 오빠 집에 왔다가 한국전쟁 발발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지내야만 했다. 이후 결혼을 해 아들을 낳았지만 남편의 모진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아들과 함께 살았다. 박 할머니는 미군물품 판매를 하면서 부족함이 없이 살았지만 사업이 실패하면서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다.
할머니는 두 번의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도 넘겼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것은 잊지 않았다. 사고 보험금으로 받은 돈까지 강원도 수해 복구 지원금과 이웃돕기 성금, 성당건축 기금 등으로 모두 기부했을 정도다.
“교통사고가 크게 났었어요. 머리와 고관절이 많이 다쳐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살아있게 해주셨으니 다른 사람과 나누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할머니는 주변에서 들어오는 도움을 동네이웃들과 나눈다. 안구기증도 서약한 상태다.
“내 나이가 여든 다섯이에요.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 그냥 조용히 하느님께 가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