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 작가 이춘만(크리스티나)씨의 ‘십자가의 길’ 작품들은 남양성모성지, 천호성지, 의왕 성라자로마을 등 주로 순교성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십자가의 길’에는 순교성지에서 보고 들으면서 체득한 선조들의 아픔과 신앙고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씨가 2007년에 제작한 남양성모성지의 야외 ‘십자가의 길’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십자가의 길’을 만들겠다는 구상에서부터 시작됐다.
“성지 담당 신부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복잡한 걱정에 묶인 우리들의 쉼터, 우리의 십자가를 맡길 수 있는 곳, 고뇌의 치유와 위로·용기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며 과제를 던져주셨습니다.”
결국 완성된 ‘십자가의 길’은 매 처를 통고의 성모마리아와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로 구성하고 이에 따르는 기도문을 봉헌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4처를 만들 때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시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고 10처에서는 ‘세속을 다 버리면 무엇을 입나요’라는 질문에 스카폴라를 입으라는 성모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남은 처들을 쉽게 풀려나갔어요.”
이보다 일찍 제작된 천호성지의 ‘십자가의 길’에는 작가의 주무기인 인체오브제를 사용했다.
“작품을 만들 때 언어와 인체에 중점을 둡니다. 인체오브제는 성경말씀의 상징 언어들과 기도매체의 신성을 담는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씨의 ‘십자가의 길’에는 또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15처’가 있다는 것이다.
“‘15처’는 수난을 마친 부활과 회개를 의미합니다. 남양성모성지의 ‘15처’는 부활하신 예수와 천상모후관을 쓰신 마리아 그리고 함께 기도해주시는 수호천사가 계심을, 절두산 성지의 ‘15처’는 흉상부조에 ‘깨어 있어라 회개하여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습니다.”
이씨는 ‘십자가의 길’과 같은 기도매체 작업은 작가의 신앙심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한다.
“저에게 사순시기는 믿음의 교통신호와 같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제작하는 성미술 작가로서 사순시기를 하느님의 현존과 완전히 의탁하는 신앙의 삶을 정리 정돈하는 믿음의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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