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많은 수도회가 있다. 왜 그럴까. 수도회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수도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이 자꾸 바뀌기 때문에 그렇다. 지난해 올해가 다르고, 100년 전과 지금이 다르다. 그래서 영성가들은 각각 그 시대에 맞는 영성을 개발하고, 그 영성에 따른 삶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수도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교황님 메시지도 읽어 보면 지난해 메시지와 올해 메시지가 각각 그 시대를 읽는 방법이 다르다. 10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어떤 경우는 몇 달 차이 나지 않는 성탄메시지와 부활메시지도 완연히 다르다. 물론 근본정신은 차이가 없지만 그 근본정신을 읽는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는 말이다.
매일 매일의 삶은 그저 그렇게 의미 없이 다가오고 또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밥을 먹는 것으로 비유해 보자. 우리는 매일 별다른 의미 없이 수저와 젓가락을 든다. 말 그대로 밥을 먹어 치운다.
하지만 아이들이 식사하는 것과 주교님이 식사하는 것이 다르다. 신앙을 가지지 않은 이들이 식사하는 것과 성인(聖人)이 식사하는 모습은 더더구나 다르다. 주교님, 성인만 거룩하고 세상 모든 사람은 거룩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밥 한그릇 먹을 때도 영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잠자는 모습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무의미한 휴식을 취하지만, 어떤 이들은 하느님의 손길 안에서 참으로 행복한 잠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이들 밥 먹는 습관 하나 잘 고쳐주면 그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 어떻게 밥을 먹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은 매 순간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숨 쉬는 법도 잘 가르쳐 주면 아이의 인생이 바뀐다. 숨 한번 마시고 내쉬는 것도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은 아이가 어떻게 세상을 경이롭게 깨달아 가지 않겠는가. 많은 이들이 자녀교육이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녀 교육만큼 쉬운 것도 없다. 밥 먹는 것, 숨 쉬는 것, 잠자는 것만 잘 가르치면 된다.
요즘 세상이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것은 기본이 풀리지 않아서 그렇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 한 가정이 이혼으로 갈라서는 것이 무슨 대단한 원인이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소한 몇 가지의 문제, 간단한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아서 그렇다. 사소한 기본적인 문제가 큰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매일 매일의 삶은 우리에게 똑같이 다가온다. 주교님과 교황님께만 특별한 하루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도, 주교님도, 교황님도 모두 똑같은 일상을 매일 선물로 받는다. 그 일상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용하는가, 매 순간을 하느님께서 원하시는대로 행동하려 노력하는가 하는 문제는 결단과 선택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하느님과의 의존관계에 놓여있다. 나는 하느님과 의존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도 있고, 대충 세상의 일에만 관심을 가지며 살아갈 수 있다.
하느님은 분명히 우리를 당신의 뜻을 인정(수락)하고 그 뜻에 나 자신을 온전히 내어 던지라고 초대하고 있다. “예!”라고 대답해야 한다. “예!”라고 대답할 때, 나에게 주어진 기회, 즉 “예!”라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 그 자체가 은총임을 깨달을 수 있다.
옛 정신상태에서 새로운 정신상태로 바뀔 때, 그것이 은총이다. 자녀가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 후, 자녀가 덜컥 합격했을때가 은총이 아니다. 직장에서 승진을 거듭한다고 해서 은총을 받은 것이 아니다. 돈이 집안으로 갑자기 굴러 들어왔다고 해서 은총이 아니다.
“우리 집 아이가 대학교에 합격하더라도 교만하지 않고, 떨어지더라도 실망하지 않도록 하소서. 늘 당신의 뜻을 묵상하고 관상하며 깨달아 갈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라고 기도할 수 있는 것이 은총이다. 은총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삶의 현장 속에서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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