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성경은 단식의 의미와 그 실행 방법에 대해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단식을 하는 이유는 ‘속죄와 간구’ 때문이었다. 유다인들에게 단식은 자신이 죄인임을 인식하는 행위이며(1사무 7,6), 하느님의 진노를 피하는 첩경이고(요엘 2,12), 죄의 위험에 다시는 빠지지 않게 도와달라는 기도였다(에스 4,16 1마카 3,47).
특히 구약성경 안에서의 단식은 수덕 실천의 기능보다는 대부분 고통의 표시였다. 애환과 슬픔의 예식으로서 재와 거적을 뒤집어쓰고 실천했고(1사무 31,13 2사무 1,12), 참회의 표시였으며(1사무 7,6 느혜 9,1-3 예레 14,12 요엘 1,14 요나 3,8), 필요한 경우에는 기도와 병행되기도 했다.
가끔 단식이 공적 기도의 한 부분으로 선포됐으며(판관 20,26 1사무 14,24 1열왕 21,9 에즈 8,21~23 예레 14,12 요나 3,5~10), 모세와 다니엘은 하느님의 계시를 받기 위한 준비로 단식을 실천했다(출애 34,28 신명 9,9 다니 9,3).
이스라엘 율법에서는 ‘속죄의 날’에는 어떤 사람도 예외 없이 모두 단식했고(레위 16,29~31 민수 29,7), 바빌론 유배(기원전 587~538년) 이후 기록에 보면 매년 4, 5, 7, 10월에 단식했다(즈가 8,19).
일반적으로 구약성경에서의 단식은 해 뜰 무렵부터 해질 때까지 하루 동안 실시됐다. 그러나 사흘(72시간 동안) 내내 단식하는 경우도 있었고(에스 4,16), 단식이 자주 권장되고 높이 평가되기도 했다(유딧 8,6 요엘 2,12~17 2마카 13,12 판관 20,26).
예언자들은 진정한 마음과 행위가 따르지 않는 단식 행위를 질타했다. 특히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단식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참회가 선행되어야 하며, 또한 정의와 사랑이 실천이 수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이사 58,4~5 6~7).
그러나 신약성경에서 말하는 단식은 슬픔의 표현이었지 수덕 실천의 방법은 아니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단식이 기쁨의 시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마르 2,18)고 답한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신을 빼앗긴 후에는 제자들이 단식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단식에 관한 결정을 교회에 위임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리사이파적인 단식 태도를 비판하면서(루가 18,12) 단식을 할 때는 남이 모르게 하라고 명했고(마태 6,16), 당신 자신도 공생활 시작 전 40일 동안 단식했다. 이는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40일 동안 단식한 것(출애 34,28)과 같은 그리스도교적 전통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후 사도들의 저술에서의 단식은 예배의 실천이 아니고, 다만 중요한 일을 결정하기 전 기도와 함께 하는 행위로 드러난다.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안티오키아로 파견할 때(사도 13,2~3) 또는 아시아의 새로운 교회들을 위해 원로들을 임명할 때(사도 14,23) 등이다.
이밖에도 사도 바오로는 육체적 측면을 초월하는 더 깊은 의미의 단식을 강조, 하느님과 더욱 밀접한 친교를 맺고 자신을 완전히 그리스도께 봉헌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필립 4,12 로마 14,6 1코린 10,31 1디모 4).
결국 성경은 단식이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회개와 관련되었을 때만 가치가 있다(마태 9,13 6,16~18)고 가르친다. 즉 단식은 자기 수련과 영적이며 물적인 사랑의 실천이 수반될 때(토비 4,8) 그 빛을 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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