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빵 다섯 개(둘 다섯), 그리고 밝은 세상(해누리).
교구가 직접 운영하는 첫 장애인 생활시설의 이름이다. 2007년 4월 첫 삽을 떠 1년 6개월 만에 공사를 끝내고 3월 24일 교구장 최덕기 주교 주례로 축복식을 갖는 수원교구 사회복지회 중증장애인생활시설 ‘둘다섯 해누리’를 찾았다. 정자동 수원교구청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한적한 시골마을(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 588-1)에 다다랐다.
성모님을 현대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기도하는 여인’을 지나 관리동에 오르자 조성숙(리디아) 사무국장이 반긴다.
“장애인 친구들,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사회 안에서 비장애인들과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많죠. 때문에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함께 어우러져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면서도 사회에서의 생활을 똑같이 영위할 수 있게끔 시설을 갖췄습니다.”
지난 2006년 둘다섯 해누리 설계 때부터 힘을 보태온 그를 따라 관리동 2층으로 올라갔다. 지난해 준공 이후 이곳에는 정원의 절반 정도인 43명의 장애인들이 28명의 직원들과 생활하고 있다. 2층 프로그램실에서는 장애인들이 한데 모여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둘다섯 해누리에서는 ‘생활재활’, ‘의료재활’, ‘사회재활’,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신변처리 훈련부터 종합건강검진과 집중치료, 정서지원 프로그램, 프레그룹홈 등이 이뤄진다. 장애유형과 개인적 상황에 맞는 특성화된 수치료?동물매개치료·심리치료도 진행된다. 관리동에는 3개 프로그램실을 비롯해 개별적인 언어치료·작업치료실, 심리안정실이 들어서 있다.
눈에 띄는 관리동 시설은 지하 1층 ‘둘다섯극장’과 ‘해누리카페’.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을 비롯해 지역주민과 직원,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열린 공간이다. 둘다섯극장에서는 평일 또는 주말에 영화가 상영되며 세미나와 공연, 회의도 개최할 수 있다. 이날 오전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생일잔치도 열렸다.
해누리카페 역시 방문객과 장애인들이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장애인들이 직접 커피와 차를 만들어 판매하며 사회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카페와 극장은 이곳 시설이 외부 비장애인들에게도 열린 공간임을 드러내는 곳이죠.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지만 누구나 영화를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어요. 비장애인들도 장애인들이 커피를 만들고 판매하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을 겁니다.”
값지면서도 값싼 원두커피 한잔을 마시고 생활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관리동과 연결된 생활동은 4층 규모로 장애인 숙소와 생활거실, 생활교사실 등을 갖추고 있다. 숙소는 서너 명이 누울 공간이지만 2인 1실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채광을 위해 통유리를 설치했지만 커튼으로 사생활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여성 장애인들이 3층 숙소를 쓰는 것도 이 때문. 사계절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의류 등 물품보관을 위해 4층에는 개인 사물함도 두고 있다. 각 층마다 자리한 생활교사실은 주·야간 장애인들을 돌보며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생활동 바로 아래는 체육관이다. 체육관이 관리동·생활동과 독립적인 건물로 자리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이다. 체육관 바로 아래는 생활별동이 들어서 있다. 생활별동은 이곳 장애인들의 숙소로 사용 될 뿐 아니라 향후 외부 장애인 그룹홈이나 소규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단기숙소로도 이용될 전망이다. 또 이곳으로 봉사 오는 비장애인과 가족을 위해 생활별동을 개방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관리동 앞 야외공터에서는 현재 실외운동장 공사가 한창이다. 장애인들의 체력증진을 위한 공간일 뿐 아니라 동물매개치료와 재활승마를 위한 재활승마장도 만들어진다. 운동장 아래 공터는 실내 비닐하우스. 한창 건축 중인 비닐하우스에서는 원예·목공예·도예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생활동 뒤편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도 만들어진다.
깔끔하면서도 아기자기한 건물 네 동을 둘러보는 데 불과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곳곳에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숨어있다. 극장이나 카페, 체육관은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하다. 조사무국장이 배웅하며 이야기한다.
“장애인들이 행복하게 하느님을 의지하며 사는 곳입니다. 장애인과 가족들 뿐 아니라 많은 비장애인들도 이곳에서 더불어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 ‘둘다섯 해누리’와 사랑을 나누는 방법
▲ 후원 : 생활용품, 가전제품, 소모품 등 필요한 물품을 직접 보내는 ‘물품후원’과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생활인들과 1:1 결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결연후원’, 자동이체, CMS, 지로 등을 이용한 ‘정기후원’ 등이 있다.
▲ 노력봉사 : 환경미화, 목욕봉사, 작업보조, 주방도우미, 행정업무 보조
▲ 전문봉사 : 의료·미용·치료봉사, 특수프로그램 지도
▲ 프로그램봉사 : 동아리활동지원, 프로그램활동지원, 1:1활동보조봉사, 학습지원
※문의 031-357-1945, 홈페이지(www.haenuri.or.kr)
※후원계좌 농협 207168-51-032740, 국민 587601-04-01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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