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이 말이 주는 무게는 묵직하다. 단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과 그 효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만큼 실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 30년 동안 꾸준히 단식을 실천해 온 사람이 있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달인’의 기준을 16년으로 삼으니, 30년 단식 경력이면 ‘단식의 달인’이라 부를 만하다. 단식으로 행복한 사람, 고영희(실비아·66)씨다.
“단식은 나를 낮추고 비우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께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3월 13일 경기도 가평 ‘작은예수회 피정의 집’에서 만난 고영희씨의 얼굴은 밝고 고왔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어보였고, 꼿꼿하고 단정한 모습에서는 힘찬 기운이 느껴졌다.
작은예수회(회장 박성구 신부) 성령봉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고씨는 1년에 수차례 단식 또는 금식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달에 3일간의 단식을 가졌고, 다음달 ‘주님 수난 성지주일’을 맞아 1주일간의 단식을 앞두고 있다.
“단식을 통해 나를 완전히 비워내야 하느님께 온전한 나를 바칠 수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 응답하는 모습이죠. 게다가 단식을 통해 절제와 인내심까지 배울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 아닐까요.”
고씨가 단식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삼십대 중반의 어느 날, 신앙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찾아간 성령세미나에서 처음 단식을 권유 받았다. 그 자리에서 최소한 분기별로 3일씩, 1년에 12일을 평생 단식하겠다고 하느님과 약속했다. 이후 본당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 암환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게 됐고, 환우들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본격적인 단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물도 먹지 않고 오기로 버텼습니다. 그런데 1주일도 채우지 못하겠더라고요. 배고픔은 참을 수 있는데 신경이 예민해져 잠을 이루기도 힘들 정도였죠.”
고씨는 당시 사순시기를 맞아 처음 3일 단식을 성공한 뒤, 5일과 1주일, 열흘, 보름, 한 달, 사십일 순으로 기간을 점차 늘려나갔다.
고씨는 “음식을 무작정 먹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단식의 참된 의미를 느낄 수 없다”며 “단식을 제대로 하려면 반드시 기도와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타 공인 ‘단식의 달인’이 제시하는 그만의 단식 비법(?)이 있을까.
고씨는 “단식에 앞서 스스로의 의지와 다짐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단식에 들어가면 무엇보다도 정성 어린 기도로써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개인 단식을 하기 어렵다면 공동체 차원의 ‘고리 단식’을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단식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순시기를 맞아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과 수난을 묵상하며 단식에 도전해본다면 더욱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요. 많은 신자들이 단식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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