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은 안락함의 상징인 ‘아파트’ 거주자들에게도 찾아왔다.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김하옥(루치아?68)씨는 물을 받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일어나야 한다.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받은 물은 하루 동안 사용된다. 그 물로 전날 못한 설거지와 빨래를 한다고 한다. 물이 귀하기 때문에 물 사용량이 많은 세탁기를 돌릴 엄두도 내지 못한다. 빨래한 물을 걸레를 빠는 용도로 한 번 더 재활용하는 것은 필수 코스다.
“설날 전부터 제한급수가 시작됐어요. 물이 마음대로 안 나오고 하니깐 제대로 명절을 보낼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애들한테도 오지 말라고 했어요.”
하루아침에 펑펑 쓰던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은 김씨와 아파트 다른 주민들에게는 불편함의 시작이었다. 일주일동안 옷 한 벌로 버텨야 하는 것은 물론 수세식 화장실은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한급수 되는 물을 아껴 쓰는 것이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불편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을 받아 놓고 사용하니까 따뜻한 물은 전혀 못 써요. 한겨울에도 부탄가스에 데워야하니깐 불편하기도 하고 가스 값도 엄청 나와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다행히 태백지역의 가뭄소식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서울과 제주도 등 각지의 관공서와 기업들이 보낸 생수를 일주일에 한 번 6통씩 받아와 마시는 물 걱정은 크지 않다.
“물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어요. 예전에 쌀뜨물도 함부로 안 버렸던 시절, 빨래한 물도 아꼈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물을 아껴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이번 가뭄사태로 인해 물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김씨와 주민들. 하지만 아직 가뭄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오는 5월까지 가뭄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광동댐도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주민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4월이 되면 제한급수도 멈출 수 있다는데…. 그럼 이제 어찌되는 건가? 아이고 걱정이에요. 걱정.”
여전히 새벽 일찍 일어나 하루 동안 쓸 물을 받는 김씨는 오늘도 기도한다. “주님 비 좀 많이 내려주세요. 그래서 이 물 곤란에서 하루빨리 저희를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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