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총총히 내렸다. 로마에 오기 전 날씨가 좋지 않았다는데, 내가 도착한 후로 로마는 하루 종일 ‘맑음’이다.
발걸음을 멈춘 곳은 마메르티노(Mamertino) 감옥.
당시 로마 황제령 아래 있던 이 감옥에는 중대한 죄를 저지른 정치범과 전쟁 포로들이 수감됐다. 굉장히 큰 규모였지만 현재는 아주 깊숙한 지하 부분만 남아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인근 떼베르 강의 습한 기운이 피부를 타고 바로 전해졌다. 감옥은 아주 협소하고 깊고 어두웠다.
전해지는 바로는 이 감옥은 오랜 기간 수감되는 죄수들의 감옥이 아니었다. 며칠 후 사형될 사람들이 갇혀있던 공간이다. 성 베드로와 바오로가 이곳에 투옥됐다는 전승이 전해진다.
감옥 밑에서는 물이 솟아나고 있다. 아주 어두운 이 감옥의 한 벽면에 라이터를 들이대보니 ‘손’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있다. 놀랍다. 8세기경,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이곳을 찾아와 전례의식을 행하고 ‘하느님의 손’을 그려놓았단다.
1층에는 죄수가 오면 빠트리고 음식을 내려주는 구멍이 있다. 당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안에서 신음했는지 알 수 있을 듯하다. 잠시 감옥에서 묵상한 후 시내에 있는 성 바오로 수도회로 발걸음을 돌렸다.
‘파울루스(Paulus)’를 만드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64페이지에 달하는 이 월간지는 바오로 해를 맞아 2008년 7월 1일 만들어졌다. 편집장 안젤로(D.Angelo Colacrai) 신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신부는 “성인에게 바쳐지는 수많은 잡지들이 있지만, 바오로 사도에게 바쳐지는 잡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사도 바오로에 대해 묻자 그는 많은 말들을 했다. 그는 사도 베드로가 ‘바위’라면, 사도 바오로는 ‘물’이라고 표현한다. 이유인즉슨, 바위는 굳세고 단단하고 반면, 물은 ‘흐르기’ 때문이란다. 바오로는 물처럼 흐르며 모든 것을 융합한 사도라고 했다. 그리고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물’ 같은 존재라고도 했다.
사도는 많은 이들의 문화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이해했다. 수차례의 전도여행을 통해 여러 지역에 복음을 전했고, 이방인을 받아들여 그리스도인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준 성인 중의 ‘성인’이다.
가톨릭신문에 실릴 파울루스 편집장 신부의 인터뷰를 마치고, 그는 파울루스에 실릴 나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바오로가 맺어준 ‘인연’이다.
돌아서는 길. 그가 나에게 한마디를 더 던졌다. 자신조차도 가보지 않은 바오로의 길을 갔으므로 부럽다는 말과, ‘한국에서 쓰일 너의 기사는 모두 너에게 달렸다’는 말이다. 어깨가 무거워지지만 행복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www.paulusweb.net 파울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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