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성 베드로성당,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 포르투갈의 포르투 대성당 ….
여행 혹은 사진을 통해서 한 번쯤 접해봤을 유명한 성당들이다.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그 성당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역사와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몇 백 년이 더 넘은 성당 건물이 현대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적인 관리 덕분이다.
가톨릭교회가 한국에 들어온 지 200여년, 이제는 한국교회도 건축유산의 보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야 할 때다. 최근 대전교구의 한 신부가 ‘천주교 건축유산의 수리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내놓아 화제다. 그 주인공 김문수 신부(월평동본당 주임)를 만났다.
“수리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 담긴 역사와 선조신앙인들의 신앙심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입니다.”
김 신부는 수리는 원형을 중심으로 가치를 보존하는 것이지만 현재 대다수의 본당에서는 개보수를 통해 현대적인 편리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교회 내 근대건축물 전문가의 부재와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
“서양교회는 교회 건축물을 비롯해 근대건축물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가지원도, 제도도, 복원기술도 굉장히 발달돼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 전통건축물에 관한 전문가들은 많지만 아직까지 근대건축물 수리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근대건축은 개화기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와 도입됐죠.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일제의 잔재라고 생각해서 소홀이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도 하나의 역사이고 보존해야 할 우리의 유산물입니다.”
다행히 교회건축물들은 많이 보존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들은 배제되고 수리가 이뤄지고 있다.
“문화재는 원형보존이 제일 중요합니다. 문화재는 국가법에 의해서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리 전에 법과 원칙들을 숙지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본당에서조차 성당과 사제관의 수리이력에 관한 정확한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그는 ‘원형보존’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건축물의 이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을 대전·충남지역 건축문화재의 수리이력으로 분석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대전·충남지역 성당과 사제관이 어떻게 수리되었는지 형태를 분석했습니다. 완공 이후부터 이력을 조사하다보니 원형으로부터 변형된 내용들이 자세하게 나타나 있죠.”
각 교구마다 건축물과 관련된 문서관(아카이브, 역사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서를 수집하고 활용 가능한 방법으로 정리·보관해 열람할 수 있게 한 기관)을 조성해 중요한 문서를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자료가 있어야 꼭 필요한 수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김 신부의 생각이다.
또한 김 신부는 건축물 수리에 있어서 어디까지가 원형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건물원형을 판단하는 기준은 단순히 건물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신앙인들의 희로애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전 목동에 위치한 옛 거룩한 말씀의 수녀회 성당에서는 한국전쟁 당시에 많은 사제들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여전히 총탄의 흔적도 남아있죠. 신자들은 이런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빨간 벽돌을 시멘트로 발랐습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기에 보전할 가치가 있죠.”
아울러 역사적 공간을 활용하는 문제도 언급했다. 100년이 넘은 건물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인위적인 훼손을 줄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교회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더 많은 건축공학도들이 근대건축물에 대해 관심을 갖기 바란다는 그는 “교회와 신자들은 문화재 성당과 사제관에 자긍심을 가지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게 관리하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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