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아이들의 기숙사인 홈에서 두 아이 사이에 벌어진 갈등을 하루를 넘기고 나서 정리하게 되었다. 그러한 갈등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늘 있는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 자주 있는 문제라서 이번에는 교육적 차원을 고려하여 좀 더 세심하게 접근하기로 교사들과 작전(?) 회의를 했다.
전날 저녁 거실에서 TV를 보며 일어났던 갈등이었다. 우선 아이 둘을 따로 따로 만나 아이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귀가 번쩍 틔는 이야기를 두 아이는 하고 있었다.
두 아이에게 모두 던진 질문은 갈등이 일어났던 순간에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객관적 사실을 물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TV시청 중에 나이 적은 A가 “다음에 누가 샤워할 거야?”라는 질문을 두세 번 연거푸 하고 나니 나이 많은 B가 “닥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A가 계속 누가 샤워할 것이냐고 묻는 말에 B가 이번에는 좀 거칠게 A에게 다가가며 욕을 했다한다. 이때 B는 눈물 흘리며 울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객관적 사실 얘기를 듣고 나서 갈등 순간의 느낌을 알아차려보자는 뜻으로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었다. 아주 다양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을 모두 찾아내도록 다양한 느낌의 표현을 카드로 주어 찾도록 했다.
B는 “성가시다”는 주 느낌을 찾았고 A는 “당황스럽고, 서운했다”는 느낌을 찾았다. 느낌 찾기를 끝내고 나서 갈등 순간의 욕구가 무엇이었는지 들어보았다. A는 “여유”라는 욕구로 B보다 먼저 샤워를 하고 나서 자기 볼일을 보고 싶었다고 한다. B는 A가 자기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정리를 해보면 A는 C가 먼저 샤워하고 있는 중에 다음 순번을 기다리며 TV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샤워 끝나면 자기의 여유시간으로 밀린 공부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한 것을 B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가 먼저 샤워를 하겠다는 식으로 물어와 닥치라고 했다는 것이다.
반면 B는 A가 생각하는 그러한 것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고 단지 A가 이번에도 그렇지만 평소에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깊은 마음, 욕구 등을 서로 이야기하게 하니 좀 더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았다. A는 갈등 당시 무엇이 잘못 인식되었으며 또 B가 자기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B는 갈등 당시 A의 의도를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나와 교사들도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알 수 있었다.
이런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의 사소한 갈등도 가만히 살펴보면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어른의 시각에서 혹은 상대를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주 자신의 솔직한 느낌과 욕구를 알아차리며 살고 있으며 또 상대를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고 받아주고 있는가? 비폭력적 대화와 생활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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