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수품 50년을 되돌아보는데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제직의 고귀함을 묵상 하는데 20분은 충분한 시간이었다.
3월 19일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조순창(서울대교구 원로사목자) 신부 사제수품 50주년 금경축 미사. 조 신부는 50년 전 자신이 노기남 대주교로부터 사제 안수를 받았던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봉헌된 금경축 미사에서 50년 사제 삶을 진지하게 고백, 참석한 1000여 신자들의 가슴을 적셨다.
“하느님은 나의 작은 반성에 큰 용서를 선물하셨습니다.” “하느님은 나의 작은 봉사에 큰 영광으로 답하셨습니다.”
조 신부는 강론에서 ‘부족했습니다’라는 말을 20여회 이상 반복했다.
“사제가 되면서 교우들을 위해 생명까지 바치겠다고 결심했지만 그렇지 못한 삶을 살아온 때가 많았습니다. 지난 삶을 뉘우치며 마음 속 깊이 눈물 흘립니다.”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은 계속됐다. “하느님 중심, 교우 중심의 삶을 살겠다는 하느님과의 약속을 깨트리고 나 중심으로 살았던 때도 많았습니다. 기도생활을 게을리 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조 신부는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느님은 나를 기다려 주셨습니다. 작은 반성에 크게 용서하셨고, 용기를 가지게 하셨고, 교우들을 의지하고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조 신부는 함께한 평신도들에게도 각별한 감사의 정을 드러냈다. “뭐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만나서 행복했습니다. 함께 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조 신부의 마지막 말이 신자들의 마음을 한번 더 울렸다.
“저와 관련된 성대한 잔치가 아마 한번 더 있을 것입니다. 장례미사입니다. 하느님께서 남겨주신 앞으로의 시간동안 저는 늘 감사의 기도, 사랑의 기도, 화해의 기도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있겠습니다. 부족한 저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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