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주님 수난 성지주일(4월 5일)부터 한 주간을 ‘성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죽음을 통해 위대한 구원사업을 이룩한 때이며, 교회 전례의 정점이다. 성주간 전례를 통해 교회는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에 일어난 사건을 재현하며 파스카 신비를 경축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 함께 동참하며 회개와 보속의 삶을 살아온 신자들이 이제 곧 맞이할 성주간. 전례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뜻 깊게 만날 수 있는 성주간 전례와 의미를 알아본다.
◆ 성주간 유래와 명칭
3세기경에는 부활 축일 전 금요일부터 부활 축일 아침까지 3일 동안을 성주간으로 지냈다. 4세기에 와서 성목요일이 추가됐고 지금과 같이 성주간을 일주일 동안 지내게 된 것은 5~6세기에 와서부터다. 중세기에서는 성주간을 ‘수난 주간’이라고도 불렀습니다. 또 파스카 주간이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예수님 수난이 부활과 관련되기 때문이었다. 다른 지역들에서는 인류 구원의 위대한 사건(예수님의 십자가 희생과 부활)을 이 기간에 기념한다고 해서 ‘위대한 주간’ 또는 ‘구원의 주간’이라고도 불렀다.
◆ 주님 수난 성지주일
교회는 이날 나뭇가지 축복과 예루살렘 입성 기념행렬의 전례를 거행함으로써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재현한다.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는 축복받은 성지를 손에 들고 환호하며 맞는 것이다. 사제는 ‘우리는 믿음을 다하고 열성을 다하여 주님의 입성을 기념하고, 은총을 통하여 주님의 십자가를 따르며, 주님의 부활과 그 생명에 동참하도록 합시다’라는 권고의 말로 이 예절을 시작한다. 또 수난 복음을 통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한다. 이날 축복받은 성지는 집으로 가져가 십자고상에 꽂아둔다. 십자가와 성지를 볼 때마다 예수님을 환호하면서 배반하는 우리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고 끝까지 주님께 충실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이 성지는 이듬해 재의 수요일이 되기 전에 성당으로 가져오면, 태워 재로 만든 후 재의 수요일에 사용한다.
◆ 성 월요일∼성 수요일
3일간의 미사 복음은 앞으로 예수님께 일어날 일들을 예고하고 있다. 성 월요일에는 마리아가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고 발을 닦는 내용(요한 12, 1∼11)을 통해 예수님의 죽음을 예고한다. 성 화요일에는 베드로와 유다의 배반을 예고하는 내용(요한 13, 21∼33, 36∼38), 성 수요일에는 은전 서른 닢에 예수님을 넘기겠다는 유다와 대사제의 대화장면, 예수님께서 제자들 중 한 사람이 배반할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마태 26, 14∼25)이 각각 나온다.
◆ 주님 만찬 성목요일
이날 전례의 중심은 성유축성미사와 주님만찬 저녁미사이다. 성유축성미사는 예수님께서 당신 사제직을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주셨음을 기념하는 미사로 오전에 각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봉헌된다. 사제들은 축성된 성유를 세례, 견진, 병자성사를 집전할 때 사용한다. 주님만찬 저녁미사는 예수님께서 수난하시기 전날 제자들과 나누신 마지막 저녁식사로서 성체성사의 설정을 기념하는 미사이다. 예수님께서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당신의 몸과 피를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시고 사도들에게 영적인 양식으로 주시며 그들과 그들 사제직을 잇는 후계자들에게 봉헌하라고 한 최후의 만찬을 재현한다. 미사 중에는 예수님께서 사도들의 발을 씻으면서 ‘새 계명을 주노니,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듯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고 하신 말씀을 되새기는 발 씻김 예식(세족례)을 거행한다.
봉사자의 자세로, 섬기는 자의 자세로 이웃사랑을 실천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사 후 사제는 감실을 비우고 성체를 다른 장소에 옮겨 둔다. 이때부터 교회는 성 금요일 수난예절 전까지 성체조배를 하며 죽음을 앞둔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한다. 성체가 옮겨진 뒤 제대를 씌워 놓은 제대보는 벗겨 놓으며 십자가는 자색보로 가려둔다.
◆ 주님 수난 성금요일
미사를 드리지 않고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한다. 신자들은 예수님의 희생에 동참하며 금육과 단식을 한다. 교회는 미사 대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운명하신 오후 3시경 수난 예절을 거행한다. 수난 예절은 말씀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 세 부분으로 진행된다.
◆ 성 토요일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제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성 토요일은 전례 가 없고 고요한 날로 지낸다. 부활 축제가 시작되는 밤중까지 예수님의 부활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참회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밤이 되면 성대한 부활 성야 예식을 통해 주님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파스카 신비를 경축하게 된다.
#가족·이웃과 함께 하는 ‘한가족 만찬’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성주간 수요일 저녁 열 것을 권장하는 ‘한가족 만찬’은 예수 그리스도가 수난 당하기 전 제자들과 나눈 최후의 만찬을 가족 및 소공동체 단위로 재현한 전례다. 다음은 예식 요약.
(촛불을 켜고 모두 식탁에 둘러앉는다.)
1. 주례자의 인사
이 만찬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날, 제자들과 함께 하신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당신을 온전히 내어 놓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우리도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어 주고 희생함으로써 사랑과 평화가 넘치는 가정과 세상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기로 합시다.
2. 성호경
3. 시작성가(가톨릭성가 165번 ‘주의 잔치’)
4. 말씀의 전례
○ 독서(1고린 11, 23~26) ○ 복음(요한 13, 1~5 / 12~17)
5. 세족례
- 주례자 :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은 제자들도 서로의 발을 씻어 주도록 본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도 서로의 발을 씻어 주는 예식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우리가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가족을 대표해서 주례자가 공동체 1인의 발을 씻겨주고, 반대로도 발을 씻겨주도록 한다.)
6. 묵상 및 복음나누기(잠시 눈을 감고 복음과 세족례의 느낌을 묵상한다. 묵상 후 각자의 느낌을 서로 나눈다.)
7. 만찬례
- 주례자 : 지금부터 만찬례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때 빵과 포도주를 드시고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하시면서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너희는 이를 행하라’ 하신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우리도 기도하고 떡과 포도주를 함께 나눕시다.
- 주례자(떡과 포도주를 들고 일어서서 기도한다) : 하늘과 땅의 주인이신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크신 사랑으로 마련해 주신 이 떡과 술에 강복 하시고, 이 생명의 음식으로 우리 신앙이 더욱 자라고, 저희가 서로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준비한 떡을 주례자가 먼저 떼어 어린 순으로 나눠주고 차례로 돌아가며 옆 사람에게 떼어준다. 포도주도 이와 같이 옆에 앉은 가족에게 따라준다. 떡과 포도주를 나누는 동안 가톨릭성가 502번 ‘주의 빵을 서로 나누세’를 노래한다.)
8. 공동체의 결정(준비한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면서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느낌들을 나누고, 주님께서 하신 일을 우리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 주례자 : 이제 예수님의 삶을 본받아 앞으로 한 해 동안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을 함께 이야기 하도록 합시다.(실천사항 : 주일미사 가족과 함께 봉헌하기, 생명 나눔(헌혈, 장기기증, 시신기증), 성가정운동 동참 등)
9. 기도(가족이 결정한 사항들을 다짐하거나 서로를 위한 기도를 자유롭게 한다. 매 기도 끝에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로 응답한다.)
10. 마침인사
- 주례자 :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우리가 느낀 바와 결심한 내용들이 주님의 은총 안에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기원합니다.
11. 마침성가 : 가톨릭성가 39 ‘하나 되게 하소서’
(영광송과 성호경으로 마치고 촛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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