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은 기자들에게 많은 선물을 가져다줬다. ‘건강’과 ‘신앙심’, ‘도전에 대한 기쁨’과 ‘자기반성’,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 등이다. 2009년 사순의 시계바늘은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시계바늘이 계속 움직여 올해를 보낼 때도 우리는 이번 ‘40일’을 가장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다. 금육, 금연, TV끊기. 작은 것에서 우리는 예수를 보고, 느끼고, 배운다.
선물을 간직하며
■‘금육’오혜민 기자
‘고기’없이 지낸 3월도 어느새 마지막을 가리킨다.
내게 2009년 3월은 잊지 못할 한 달이다. 40일 동안의 금육이라는 기치를 스스로 내걸고 실천하려 몸부림쳤으니 말이다.
‘금육’은 내게 단순한 ‘고기 끊기’는 아니었다. 주위의 많은 응원을 들었고, 흐뭇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봤으며, 절제하고 기뻐하는 내 모습을 확인했다.
같은 양을 먹었지만 1.5kg 남짓 준 체중은 신체적 결과다. 사실 가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고기 한두 점 집어먹었던 것을 고백한다. 후배 기자는 김치나 상추에 고기를 몰래 싸서 주기도 했다.
이제는 고기를 먹을 때 남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부활의 기쁨을 함께한다고 말하며 고기를 먹을 수 있고, 내 스스로도 당당히 고기를 사 먹겠다. 역시 ‘금육’에서 해방되는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40일이 지났으니 마음대로 고기를 먹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고기를 줄일 수 있을 거야’라는 마음이 앞선다. 처음부터 누군가 시켜서 한 ‘절제’는 아니었다. 나름대로 사순의 의지를 다지고 예수를 따르기 위한 고행이었다.
이제는 비빔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나물의 쌉싸래한 맛을 혀에 올려놓고 즐길 줄 알게 됐으며, 의식적으로라도 고기는 쌈에 싸먹으려고 노력한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기 위주의 식단을 바꾸라’고 조언도 하게 됐으며, 지난번 다녀왔던 귀농마을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사순’의 고행을 함께하며 모든 전례력과 맞게 살아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진심으로 ‘부활’을 기뻐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림’을 살며, 온 마음으로 성탄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 말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종교신문 기자로서, 마감 탓에 남들보다 한 주를 앞서 살면서도 나는 온 마음으로 전례력을 함께 하지 못했다. 조금씩 변화하려 한다. 건강과 함께 40일 간의 ‘금육’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의 40일은 아름다웠다. 고기를 먹고 자신을 탓하고, 몰래 먹다 들키는 일이 때때로 나를 초라하게도 만들었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나의 어깨는 당당해진다.
2009년의 아름다운 사순이 지나가고 이제 ‘봄’이 온다.
더 큰 도전을 향해
■‘금연’이승환 기자
이제 마지막 주다. 사실 담배를 다시 피워야겠다는 생각은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사순시기야~빨리 지나가라. 그래야 다시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뭐 이런 잡념이다.
‘이왕 끊은 것 아주 끊어버리지’라는 충고를 가슴 깊이 새기고 숙고해 봐야 하겠다.
고작 40일의 금연으로 내 아침이 그리 상쾌해지지도, 내 폐가 건강을 되찾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다.
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약속하고 시작한 도전이었기에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예수님의 수난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그래도 40일 동안 나 자신과의 싸움을 힘겹게 해 왔고 골인점이 눈앞이다.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금연에 도움을 준 동료들, 그리고 금연 의지를 더욱 강하게 부채질해 준 애연가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십자가 한 번 져야겠다’며 시작했던 금연이지만 이제 더 큰 십자가를 져야만 한다. 오늘(주님 수난 성지 주일) 우리는 성지를 받았다. 고통의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상징이자 십자가다. 이 성지를 일 년 간 보관하며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예수님을 따르는 십자가의 삶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금연이라는 단편적인 도전이 아니라 내 삶을 십자가에 맡기는 더 큰 도전 말이다.
인터넷 서핑 중 발견한 ‘금연으로 오는 편안함 100가지’ 중 몇 가지를 꼽았다. 흡연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들이다. 나의 도전은 여기에서 마친다.
☞아침에 일어나 눈꼽도 안 떼고 담배 사러가는 추잡한 일 안해도 된다.(폐인으로 보임) ☞과다한 흡연으로 양치질하며 헛구역질 안 해도 된다. ☞집사람과 쇼핑하다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뛰어 내려가 담배 피고 오지 않아도 된다.(장시간 쇼핑 시 금단현상) ☞주머니에 담배가루가 다른 물건과 같이 묻어나서 엉망 되는 상황 없어서 좋다. ☞갓 담배피고 지하철 옆에 앉은 사람의 불쾌한 표정을 아픈 마음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혹서기나 혹한기에 에어컨·난방기의 혜택에서 벗어나서 담배를 피워야하는 일이 없다. ☞안전벨트 메고 운전할 때 라이터 꺼내려고 어거지로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아도 된다. ☞피서 가서(특히 바닷가) 담배 어떻게 가지고 다닐까 걱정 안해도 된다. ☞TV에서 금연 이야기 나와도 채널 돌리지 않아도 된다. 끝.
소중한 40일의 경험
■‘TV끊기’이지연 기자
약 40일간의 극기(?)가 마침표를 향해 가고 있다. 절대로 다가오지 않을 듯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역시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매달아도 간다’는 우스갯소리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도전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이제 마음껏 TV를 볼 수 있다는 희열과 함께 도전을 성공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도전은 기자에게 있어 반쯤의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TV를 보느라 놓치고 있었던 주변의 유익한 일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40일 간의 체험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마음의 안식을 찾는 ‘평일미사’
평일미사에 그렇게 많은 신자들이 참석하는지 미처 몰랐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 조용히 앉아서 성체조배를 하는 신자들의 모습에서 편안함을 찾아볼 수 있었다. 과연 기자도 편안함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끔 성당을 찾았다. 사순기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미리 성당에 가서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자면 사회에서 받았던 상처와 스트레스를 위로받는 듯했다. 신부님들의 강론도 쏙쏙 들어와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이제 도전은 끝나지만 평일미사를 봉헌하겠다는 도전은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몸도 건강, 마음도 건강
운동이라면 질색팔색을 했지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예전에도 가끔은 운동을 하기는 했지만 TV 프로그램에 의해서 변동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새벽에 수영을 하고 저녁에는 집 주변에 공원을 걸으며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하다 보니 재미가 쏠쏠하다. 몸무게는 전혀 줄 지 않았지만 그래도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라디오는 내 친구
초등학교 시절에는 라디오를 굉장히 좋아했었다. 당시 인기 있는 여배들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TV의 맛을 보고 난 이후 라디오와는 당연히 멀어졌다. 그렇게 10여 년이 흘러 TV보지 않기에 도전하는 기자에게 가장 큰 기쁨은 라디오였다.
소박한 소시민들의 사연으로 구성되는 라디오는 환상과 꿈의 세계가 펼쳐지는 TV와는 달리 세상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기회를 기자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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