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대전교구 대흥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김종수 주교 서품식은 대전교구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이 돼 새 주교의 탄생을 축하하고, 순교자의 올곧은 정신을 본받아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공동체로 거듭날 것을 다짐한 자리였다.
성당을 가득 메운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교구 평신도 대표, 그리고 TV 생중계를 통해 주교서품식을 지켜본 대전교구민들은 “교구 설정 60주년(2008년)을 알차게 보내고 7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뜻 깊은 시기에 맞이한 교구 첫 보좌주교 탄생은 하느님의 크나큰 은총”이라며 기쁨을 표했다.
○…말씀의 전례 후 주교서품 예식이 시작되자 김종수 주교의 사제서품 동기 곽승룡 신부(대전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주례자인 경갑룡 주교에게 김종수 주교의 서품을 청원한 후 사도좌의 임명장을 낭독했다. 이어 주교 직무에 대한 훈시를 마친 경갑룡 주교가 그리스도께서 맡겨주신 주교 직무에 충실할 것인지를 묻자 김 주교는 주교 직무를 죽을 때까지 성령의 도우심으로 성실히 수행할 것을 큰 목소리로 서약.
이어 성가대의 ‘모든 성인 호칭기도’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 주교가 제대 중앙에 엎드리자 주교단 등 참석자들은 두 손을 모은 채 하느님의 은총과 성인들의 도움을 간절히 기원. 성인 호칭기도 후 김 주교가 제대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자 주례자 경갑룡 주교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등 한국 주교단이 차례로 나와 안수와 주교 서품기도를 바쳤다. 이어 주교직을 상징하는 반지, 주교관, 주교 지팡이 등을 받은 김 주교는 제대 옆쪽에 자리한 주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주교단과 일치를 다짐했다. 서품 예식 후 첫 성찬의 전례를 집전한 김 주교는 영성체 후 유흥식 주교, 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의 인도를 받아 서품식장을 돌며 주교로서 처음으로 강복했다.
○…내내 지긋이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꼭 모으고 서품식에 임한 김 주교는 미사 후 이어진 축하식에서 교구 대표들의 축하인사를 듣고야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교구 청소년 대표 김나연(프란체스카)양이 “주교님은 아주 공부를 잘 하시고 좋으신 분이라고 본당 신부님께서 말씀해주셨다”라고 하자 교구장 유흥식 주교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함박웃음을 지었고 김 주교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했다. 이어 시각장애인 노원정(루치아)씨는 점자 축사를 짚어가며 “주교님께서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돼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대전평협 김윤성(요한 비안네) 회장은 “주교님이 선택하신 성구처럼 주교님 안에 그리스도가 함께 하시길 기도드리겠다. 온 마음으로 주교님을 도와 교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교구 성직자를 대표해 축사를 전한 김용태 신부(반석동본당 주임)는 “사제단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이 한 분 더 생겼다는 것이 기쁘다”며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맞는 주교님 탄생은 대전교구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쁘다. 주교님의 성구를 사제들도 가슴에 품고 주교님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대전 ‘평화의 모후’ 레지아 이석구(안드레아) 단장은 김 주교에게 교구민이 마음으로 모아 마련한 영적예물(미사 13만3605회, 영성체 13만4228회, 묵주기도 165만810단, 십자가의 길 8만4842번, 주교를 위한 기도 32만9887회)을 증정했다.
○…김 주교 가족·친지들의 기쁨은 누구보다 컸다. 김 주교의 큰 누나 김갑수(엘리사벳·65)씨는 “가족에게는 영광이지만 주교님께서는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요즘은 항상 주교님께서 영육 간에 건강하시도록 은총 내려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누나 김명옥(베르나데트·55)씨는 “사람들이 다들 축하 해주는데 섭섭한 면도 있다”며 “주교님이 되시면 더 멀리서 지켜봐야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눈물을 보였다.
○…3월 25일은 교회력으로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일 뿐 아니라 서품식을 주례한 대전교구 3대 교구장 경갑룡 주교의 주교서품 32주년 기념일. 게다가 이날 자리를 함께 한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의 주교서품 15주년 기념일이기도 해 기쁨이 더했다. 대전교구 여성연합회는 축하식 중 김종수 주교뿐 아니라 경갑룡 주교와 최창무 대주교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고 주교서품 기념일을 한 마음으로 축하했다.
○…서품식에는 대전·충남 지역 종교·정치계 인사가 자리해 한 목소리로 축하를 전했다. 대전불교사암연합회 기획실장 일륜 스님과 대전기독교 연합회장 이기복 목사,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권희연 주교 등 각 종단 대표가 참석했고 이회창(울라프) 자유선진당 총재, 심대평(임마누엘) 자유선진당 대표 최고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과 박성효 대전광역시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도 자리했다. 일륜 스님은 “종교가 따로 없이 모든 것이 하나이니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며 조화롭게 살아나가자”며 새 주교 탄생을 축하했다.
○…1300여 명이 꽉 들어찬 서품식장은 말 그대로 만원. 교구 신학생들은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고 성당 뒤편에 서 서품식에 참석했으며 입장 비표를 구하지 못한 신자들은 성당 밖 마당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며 미사를 봉헌했다. 본당 신자들을 대표해 참석한 금산본당 사목회장 송별용(클라우디오)씨는 “수년 전 김 주교님께 신약성경 수업을 받았는데 당시 조용하면서도 진지한 카리스마를 잊을 수가 없다”며 “100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대전교구가 다른 교구 못지않게 발전하는데 신학적 영성이 깊으신 새 보좌주교님께 거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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