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 장례기간 내내 칼바람 부는 명동성당 주변에서 봉사에 나섰던 이들이 다시 한 번 명동성당에 모여들었다.
4월 6일 오후 8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Memory of Him - 김수환 추기경 추모의 밤’. 이날 행사는 김추기경을 추모하며, 서울대교구가 지난 2월 김추기경의 장례 진행 일체를 도운 성직·수도자, 신자, 명동지역 상인, 전·의경 등 교회 안팎의 봉사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김추기경님의 장례를 소박하면서도 장엄하게, 또 아무런 사고와 실수없이 치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봉사자들 덕분”이라며 “감사의 말을 아무리 해도 부족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정추기경은 “자원봉사자들이 보여준 소중한 헌신이야말로 김추기경님의 사랑과 나눔을 실천한 모습이었다”며 “앞으로도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명동의 기적’의 현장에 봉사자 여러분들이 함께 계셨다는 추억이 하느님께서 주신 보람의 은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이날 행사에 초청된 이들은 약 1200명. 연도와 조문 안내 등을 도운 신자들과 영업 차질에도 아랑곳없이 수십만명의 조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던 명동 주변 상인들, 질서와 안전 유지를 위해 행사 전면에서 힘쓴 전?의경 등이 함께 했다.
장례 기간 동안 차량 인도 등에 나섰던 서울대교구 가톨릭운전기사사도회 이계천 회장은 “자원봉사는 소중한 신앙체험이었다”며 “명동을 찾은 추모 인파를 봤을 때 김추기경님께서 참으로 큰 사랑을 남기고 가신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명동본당 봉사자연합회 류태규 총무도 “장례기간 동안 명동과 서초동·한강본당 사목위원 등 600여명이 봉사에 참여했다”며 “조문객들에게 근조리본을 달아주고 상본을 전해주며 사랑하는 분을 평안히 보내드리는데 동참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와 영광을 느꼈다”고 밝혔다.
◎… 김추기경을 추모하는 한 마음으로, 참가자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 또 다른 주인공들은 가톨릭 문화예술인들이었다.
마니피캇 어린이 합창단의 ‘보카메(나를 부르소서)’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추모의 밤 행사는 탤런트 이인혜(데레사), 류시현(데레사), 노현희(율리아나)씨의 독서와 기도로 진행된 말씀의 전례로 이어졌다.
특히 김추기경을 향한 음악인들의 추모열기는 참가자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피아니스트 노영심(마리보다)씨는 새로 작곡한 김추기경 추모곡 ‘고맙습니다’를 처음 연주했으며, 뮤지컬배우 최정원(다리아)씨는 마리아막달레나의 고백을 주제로 한 노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을 선보였다. 또 가수 인순이(세실리아)씨는 ‘거위의 꿈’을, 바다씨는 ‘내 발을 씻기신 예수’를, 나무자전거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열창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무대에는 김추기경이 평소 애창한 ‘애모’가 울려퍼졌다. 가수 김수희(마리아)씨가 애모를 부르자 참가자 전체가 김추기경을 그리며 숙연해지기도. 이날 모든 음악의 반주에는 노영심씨와 기쁜소리합주단 등이 나섰다.
◎… 이날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한 것은 역시나 김추기경 자신의 목소리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바보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하느님의 부르심 안에서 이렇게 잘 살면서도 그 사랑을 마음 깊이 깨닫지 못하니까 바보다.”
김추기경 생전의 육성이 들리자 김추기경을 그리는 마음은 더욱 사무처갔다. 이어 탤런트 김해숙(비비안나)씨와 홍진경(비비안나)씨, 원기준(그레고리오)씨는 김추기경이 직접 쓴 글 ‘어머니, 나의 어머니’, ‘나의 눈물’, ‘인생을 돌아보며’를 각각 낭독하며 김추기경을 기억했다.
특히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이는 암투병 중임에도 불구하고 자작시를 갖고 참석한 시인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 외출을 감행한 이수녀는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자작시 ‘그리운 편지’를 낭독하며 김추기경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 김지영 신부(서울 미아3동본당 주임)와 황수경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이어진 추모의 밤에서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 홍보대사인 양미경(엘리사벳)씨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감사와 사랑 운동’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양씨는 행사의 밤 시작에 앞서 명동성당 입구에서 참가자들에게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스티커를 나눠주며 운동 참여를 독려하기도.
아울러 이날 행사는 김추기경이 생전에 즐겨부른 ‘등대지기’를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선창으로 참가자 전원이 합창하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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