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티성지에서 배론성지까지의 길은 멀고 험했다.
같은 충청북도에 속해 있지만 ‘진천’과 ‘제천’은 참으로 멀다. 잘 뚫린 지방도를 자동차로 올곧게 가로질러도 108.53km. 예상 소요시간은 2시간 7분. 택시비로는 약 7만 6000원에 해당하는 거리다.
여러 번의 터널을 통과한다. 그만큼 산세가 험준하다. 이 길을 최양업 신부는 ‘복음’을 전한다는 일념 아래 땀을 흘리며 오래도록 걸었을 것이다. 고작 충청도를 차로 가로질렀을 뿐인데 이렇게 힘들다.
경상 좌·우도, 전라 좌·우도, 때로는 강원도 일부 교우촌까지 순방해야 했던 최신부의 사목 관할 구역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그의 선교 영성은 교우촌 순방으로 표출됐다. 귀국하자마자 1850년 1월부터 9월까지 거의 5천리(1963.86km)를 걸어다니며 교우촌을 순방했다고 전해질 정도다.
최양업 신부가 사목 순방에서 만난 신자수만해도 1850년 3,815명, 1851년 5,396명으로 전국 신자 중 약 34.7%~52.1%에 해당하는 높은 비율이었다고 전해진다.
많은 상념 끝에 한참을 달려 배론성지에 도착한다. 이곳은 최양업 신부의 무덤이 있는 곳이자 서한을 남긴 곳이다. 1855년 10월 8일 11번째 서한을 작성한 교우촌이다.
2004년 조성된 최양업 신부 조각공원에서 조각된 그의 생애와 서한을 바라본다. 야트막한 산등성이에 묻힌 최양업 신부의 무덤에 찾아가 인사를 올린다. 예쁜 조화가 소박하게 꽂혀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무덤가에 봄나물이 폈다. 취재가 끝나가고 해는 저물고, 새소리와 시내소리는 소살거린다.
흔히들 그의 선교 열정을 가리켜 ‘한국의 바오로 사도’에 비유한다. 최양업 신부 사제서품 160주년을 맞은 지금, 우리는 또한 바오로 해를 살고 있기도 하다. ‘그들이 남긴 신앙의 열정을 이제는 얼마나 나의 신앙으로 녹여내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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