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서와 영성생활
굳이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신학은 성전과 기록된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기초로 삼고 있다.
영성생활 역시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시작되어 성장 발전되어 왔으며 역사 안에서 그 유산이 축적되어 왔다. 성서가 제일 먼저 제시하는 것은 하느님은 인간의 삶에 개입하시며 인간을 부르신다는 점이다.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과 지혜로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고 당신의 심오한 뜻을 알게 하셨으므로(에페 1,9) 인간은 혈육을 취하신 말씀, 즉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성부께로 나아갈 뿐 아니라 천주성에 참여하게 되었다(에페 2,18 2베드 1,4).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으신 하느님은 이 계시로써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시듯이 인간에게 말씀하시고(출애 33,11 요한15,14~15) 인간과 사귀시며(바룩 3,38)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인간을 부르시고 받아들이신다.
일찌기 성 아우구스띠노는 고백록에서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은 우주의 주인이시자 진선미성(眞善美聖) 자체이신 하느님을 찬미 찬송하고 흠숭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찬 존재임을 증언한 바 있다. 인간은 이렇게 하기 위해 창조된 존재이다. 마치 쇠붙이가 자석에로 끌려가듯이 인간은 하느님께로 향하고 있으며 완전한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은 바로 행복 자체이신 하느님을 찾는 데 있는 것이다.
영성이란 바로 이러한 인간성을 전제로 한다. 성서에는 인간을 사랑하시어 부르시는 하느님의 활동과 그분을 만나며 찾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여러 측면에서 상세히 표현되어 있다. 하느님의 높은 뜻과 인간의 타락 뿐 아니라 인간 개개인 안에서나 사회 안에서 일어난 제반 사항들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은 그분이 너무나 좋은 분이므로 계속해서 만나려고 하며 그냥 만나는 것이 아니라 더 욕심을 내어 만나고자 애쓴다. 이런 사람들의 행적과 그들이 남겨놓은 유산은 성서와 교회의 전통 안에서 찾아 만나게 된다.
그들이 남겨 놓은 업적은 역사 안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 영성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고 있으니 그것을 파헤치는 작업은 과거의 삶을 알고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천년기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 이런 의미에서 그리스도교 영성사가 우리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3. 유다교 유산
그리스도교 영성을 논할 때 우리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유다교의 유산이다. 좬영성적으로 우리는 모두 셈족이다좭라고 한 교황 비오 11세의 진술은 그리스도교 영성사에 대한 가장 좋은 안내라고 보여진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뿌리인 유다교와 그 사상을 연구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교 영성사를 충분히 연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유다교의 유산을 모두 다룰 수는 없다. 다만 그리스도교 영성에 도움이 될만한 특징적인 요소들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유다교의 근본은 토라에 있다. 이스라엘인들에게 토라는 단순히 율법이 아니라 인간 삶의 모든 것을 망라하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기원전 3백년경 예루살렘이 함락된 이후부터 유다인들의 종교적, 도덕적, 법률적 생활에 관한 교훈이나 그것을 집대성한 탈무드 역시 중요한 자료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구약성서이다. 이는 분명히 예나 지금이나 유다인들이 보존하고 있는 신심의 본질적 자양분이다. 유다인들은 구약성서를 하나의 완성된 전체로 본다. 그들이 하는 독서의 기초는 모세 5경으로서, 이를 우리는 역사서라고 부르지만 그들에게는 토라와 첫 번째 예언자들이다.
이는 또 유다교 회당의 전례서에 해당되는데, 이 전례서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경건하게 성서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례와 특히 큰 축제들과는 같은 맥락에서 독실한 유다인들에게는 성서해석의 기본적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유다교는 창조주이신 유일신 야훼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 있다. 그 기초를 다진 분은 모세이지만 그 기원은 기원전 약 2천년경에 생존한 아브라함에게 있다.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 그리고 요셉을 거쳐 하느님의 자비로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유다인들에게 야훼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야훼의 백성이라는 신앙의 토대가 자리 잡혔다. 달리 표현한다면, 야훼 신앙은 아브라함을 비롯한 성조들에게서 미리 예비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야훼의 계시를 역사적으로 정리한다면 아브라함의 소명, 출애굽 사건과 시나이 산에서 그분과의 만남이 그 시효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야훼는 유다인들의 해방신이며 이를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를 선택과 약속의 관점에서 볼 수 있다. 그들의 선택과 약속의 길은 십계명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하여 유다인들과 야훼는 긴밀히 연결되었다.
이 기본 사상이 구약시대의 신관과 인간관의 요체로서 유다이즘에 중요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십계명을 바탕으로 하여 각종 제사(번제, 희생제, 평화제 등)와 중요한 축제, 즉 빠스카, 오순절, 초막절 등은 야훼 하느님이 추상적인 신이 아니라 역사 안에서 자신들을 선택하시고 해방시키신 분임을 전례적으로 표현한 의식이었다.
그리고 야훼는 거룩한 신이니 그분을 본받아 거룩한 자가 되어야 한다는 윤리적인 사상과 더불어 정의 구현도 중요한 사회 생활 지침으로 규정되었다. 유다이즘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영성적 특징 내지 가르침은 다음의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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