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창세 2,7∼9;3,1∼7 (원조들의 창조와 죄)
제2독서 로마 5,12∼19 (죄가 많은 곳에는 은총도 풍성하게 내렸습니다)
복 음 마태 4,1∼11 (예수께서는 사십 일을 단식하시고 유혹을 받으 신다)
우리는 다시 또 은혜의 사순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순절이란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40일 동안의 긴 평일을 말하며(주일은 포 함되지 않음), 이 '40'이라는 숫자는 예수님이 광야에서 단식하신 기 간과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이 시나이 광야에서 떠돌이 생활을 했던 40년을 기억합니다. 뿐만 아니라 성서가 말하는 '40'이라는 숫자상 의 의미로는, 부활 대축일을 준비할 수 있는 최대의 숫자를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예수님이나 이스라엘 백성처럼 이제 '사순 절'이라는 광야에 들어가서 하느님을 체험하게 됩니다. 성령께서 주 님을 인도하셨고 아버지께서 직접 당신의 백성을 인도하셨듯이 주님 은 또 우리를 '사순절'이라는 황량한 벌판으로 보내시어 당신을 만나 게 하십니다. 우리는 그래서 이 사순 시기를 은혜와 감사로 맞이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이지만 그러나 절대로 공 짜는 아닙니다. 은총을 만나기 위해선 벽을 뚫고 지나가야 하며 높 은 산을 올라 넘어가야 합니다. 마치 예수님이 유혹의 강물을 건너 가셨듯이 우리도 유혹이라는 다리를 건너가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분이 십자가를 지셨듯이 우리도 우리 나름의 십자가를 이 시기에 새롭게 짊어져야 합니다.
1독서에서는 아담과 하와의 죄에 대한 말씀이 나왔습니다. 아담 과 하와에게는 낙원이 거저 주어졌습니다. 그들은 거기서 영원히 행 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행스럽게도 유혹의 도전에 그만 넘어 지게 됩니다. 사탄이 너무도 교활하게 걸고 넘어오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무너지게 됩니다.
오늘 사탄이 그랬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 는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하고 물었습 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사탄은 시치미를 떼고 슬쩍 돌려 물어 봄으로써 하와로 하여금 유혹에 말려들게 합니 다. 이에 낚시밥에 걸린 아담은 그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헛된 세상에 눈을 뜨게 됩니다.
눈이 밝아지자 인간의 순수함이 파괴되며 하느님의 모상이 가려 지게 됩니다. 하느님이 더 이상 안 보이고 세속만 보입니다. 바로 그 시간부터 인류는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되며 원조들뿐만 아니라 후 손들 모두에게 타락된 본성을 유산으로 물려주게 됩니다. 욕심은 죄 를 낳고 죄는 죽음을 불러온 것입니다 (야고1,15).
그야말로, 한 사람이 죄를 지은 것이 엄청나게 무서운 결과를 초 래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낙원의 문은 닫혔고 인간의 평화는 깨졌습 니다. 그리고 모두가 다 죽음의 길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세상의 미 래는 완전히 절망이었으며 그리고 수백만 년 동안 그 비참한 현실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아담이 망가뜨린 세상을 누가 원상으로 복구하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40주야를 단식하시며 앞으로 전개될 당신의 전도 여행에 대한 구상을 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서 예수님은 아담의 무절제한 감정을 단식으로 보속하시며 또 원조들이 걸려 넘 어졌던 유혹을 성서의 말씀으로 이겨내십니다. 아담 한 사람 때문에 죄가 왔는데 이제 예수 한 사람 때문에 인간은 잃어버린 낙원을 찾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예수님의 방법이 아주 놀랍습니다. 세상의 지혜로는 그 메시아의 길을 알아챌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백성들은 기대하 는 것이 오로지 빵뿐이요 또한 세속적인 권력과 명예뿐이었습니다. 이들에게 하늘 나라의 복된 소식은 한낱 허구일 수 있으며 또한 철 옹성 같은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뚫고 지나간다는 것은 불가능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빵 문제로 백성에게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 려 가난을 통해서 인간이 하느님을 만난다는 복을 가르치셨으며 또 한, 기존 정치 권력이나 종교 세력에 아부하지 않고 핍박받는 길을 스스로 걸어감으로써 십자가나 죽음의 은혜로써 세상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이 시기에 하느님의 지혜를 새롭게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고 예수께서 말씀하셨을 때 그분은 인간의 지혜로 이기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그 지혜로 이기신 것입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사탄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것들의 교활함과 그 술수를 당해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사순절이라는 넓은 광야에서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 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담처럼 자주 헛된 것에만 정신과 관심이 있습니다. 믿는 사람들은 그래서는 안됩니다. 여러분에게 가끔 문제되는 유혹이 무엇입니까. 성서를 읽고 하느님의 지혜를 찾읍시다. 그러면 지금부터 부활의 영광을 깊이 체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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