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이사 58,7∼10 (너의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져 나오리라)
제2독서 Ⅰ고린 2,1∼5 (나는 여러분에게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심오한 진리를 전하였습니다)
복 음 마태 5,13∼16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세상의 빛으로 오신 예수께서는 우리 자신도 세상에서 빛을 밝 혀야 한다고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 다"(마태5,14).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빛을 받은 우리는 당연히 그 빛을 밝혀야 합니다. 우리는 어둠 속의 신앙인이 아닙니다.
빛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고달픈 인생에게 촛불을 밝혀 주어 그들에게 힘을 주고 또 어두운 사회에 하나의 등 불이 되어 밝힐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값지고 숭고한 일입니다. 그 야말로 멋진 일입니다.
어떤 잡지에 보니까 멕시코의 한 수녀님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처음에 그녀는 결혼하여 아이를 일곱이나 낳았으나 결국 남편과는 이혼을 했습니다. 이혼한 뒤에 그녀는 두 번째 남편을 찾지 않았으 며 오로지 주님을 위해 봉사의 삶을 살기로 약속합니다.
어느 날 그녀는 이상한 꿈을 통해서 수도 성소를 얻게 됩니다. 결혼하여 이혼까지 한 여자가 수녀가 된다는 것은 아주 불가능한 일 입니다. 그런데도 주교님의 특별한 허가로 수녀원에 입회하는 영광 을 갖게 됩니다.
수녀가 된 그녀는 감옥에 가서 수인들과 함께 삽니다. 새로 들어 온 죄수들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격려해 주며 그들과 똑같은 방에서 잠자고 밥도 같이 먹습니다. 그리고 점호도 똑같이 받습니다. 그렇 게 살아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지만 그들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죄 수들의 진정한 벗이 되어 줍니다.
이 수녀님이 복도를 지나가면 모든 죄수들이 "어머니!" 하고 애 정섞인 목소리로 불러 줍니다. 그러면 수녀님이 살인범도 껴안아 주 고 사기꾼이나 강간범에게도 얼굴에 키스를 해 줍니다. 수녀님은, 이를테면 교도소의 꽃이요 빛이었습니다.
하나의 빛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초는 불에 녹아야 하고 심지는 새카맣게 타들어가야 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나를 죽 이지 않고 내가 나 자신 속으로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아픔이 아니라 면 빛이 되지 못합니다.
소금도 마찬가집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또 소금이 되어야 한다 고 하셨는데, 소금이 자신의 모습을 없애야만이 제 맛을 낼 수가 있 고 자신의 흔적을 지워야만이 짠맛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사람 사는 맛을 내기 위해선 자신을 희생해 야 하며 등불을 밝히기 위해선 자신을 재로 태워야 합니다. 타는 아 픔과 녹는 슬픔이 있다 해도 이웃을 위해 자신을 온전하게 내줄 때 나를 통해서 하느님의 빛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착한 행실에서 빛이 온다고 하셨는데, 1독서에서 이사야는 그것을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은 이를 입혀 주며, 집없이 떠도는 자를 반갑 게 맞아 주며 곤란한 자를 도와 준다면 그 빛이 새벽 동이 트듯 터 져 나오리라고 했습니다.
선행보다 더 아름다운 빛도 없습니다. 따스한 눈길과 친절한 말 한마디로 훌륭한 빛이 됩니다. 마음만 먹으면 몸에서 빛이 나옵니다.
탈무드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유대인 랍비가 제자들에게 질문합니다. "언제 새벽이 돌아온 줄 을 아는가?" 그러자 한 제자가, 사람의 눈에 하늘의 훤한 빛의 줄기 가 보이기 시작하는 때라고 하자, 랍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른 제자가 말합니다. "사람과 숲을 구별하여 볼 수 있을 때 새 벽이 옵니다." 스승은 그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모두 입 을 다물고 대답을 못했습니다. 이때 랍비가 스스로 대답합니다. "밖 을 내다봤을 때 지나가는 사람이 자기 형제로 보일 때, 그때 새벽이 온다."고.
이웃을 형제로 알고 대접하면 그는 늘 환한 새벽을 맞이하고 있 으며 또한 그 자신의 빛을 환하게 밝히게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자기를 내주지 않고는 견디지 못합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 로 인간에게 내주셨듯이 우리도 우리 자신을 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빛은 퍼져 나갑니다. 자기를 내주는 것은 자기 자신을 퍼 져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참다운 빛이 됩니다. 하느님을 사 랑하는 사람은, 세상이 사랑할 수 없는 사람까지도 다 사랑합니다. 나환자, 교도소의 수인, 살인범, 흉악범 등 온갖 어두운 사람들도 다 밝힐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못 배웠으면서도 세상을 밝힐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값지게 사는 사람입니다. 값진 삶은 지식이나 돈이 아니라 바로 그 리스도를 빛으로 참되게 영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선행이 나 오고 그러면 또 우리 모두 빛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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