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느헤 8,2∼4a.5∼6.8∼10 (에즈라는 법전을 읽으며 백성들에게 풀이하여 주었다)
제2독서 Ⅰ고린 12,12∼30 (여러분은 다함께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으며 한사람 한사람은 그 지체가 되어 있습니다)
복 음 루가 1,1∼4; 4,14∼21 (이 성서의 말씀이 오늘 이루어졌다)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신 예수께서는 본격적으로 전도활동에 들어가십니다. 그리고 그분이 회당에서 말씀을 선포하셨을 때 사람 들은 감동했으며 그분 말씀의 위력에 크게 감탄했습니다. '말씀'은 실로 말씀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성서를 보면 말씀은 그냥 예사 말씀이 아닙니다. 창세기 1장에 보면 하느님께서 "빛이 생겨라."하시자 빛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우 주의 생성과 세상의 모든 만물이 그분의 말씀 한마디로 이루어집니 다. 신약에 와서도 예수님이 말씀만 하시면 나병환자가 그 즉시 깨 끗해지고 죽은 자가 벌떡 일어섰으며 온갖 종류의 병자들이 완쾌되 었습니다. 말씀은 실로 보통 말씀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하느님의 능력입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하느님의 말씀을 경외해야 합니다. 한 집안에서 도 어른의 말씀에 순응할 때 평화와 기쁨이 있듯이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의 말씀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 말씀에 따라 실천해야 합니다. 거기에 백성의 평화가 있고 열린 미래가 있으며 또한 소망의 성취가 있습니다. 말씀을 무시하면 백성은 여지없이 짓밟혔습니다. 이스라 엘은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존재와 그 역사의 과정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이 루어졌습니다. 말씀을 떠나서는 백성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 의 흥망성쇠는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에 달려 있었습니다. 바빌론의 유배는 그에 대한 백성의 눈을 환하게 뜨게 해 줬습니다. 그들은 노예생활을 통해서 말씀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는 사제 에즈라가 백성들 앞에서 하느님의 말씀 을 읽었습니다. 그들은 본래 타락된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것이 있는지 조차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바빌론에 끌려 가 종살이를 하는 동안 뉘우치고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유배생활에서 돌아왔을 때 에즈라와 느헤미야의 주도로 성전 재건 운동을 펼쳤던 것입니다.
그러나 성전을 다시 짓고 성곽을 쌓는 데는 백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공사가 완공되고 보니 너무도 흐뭇하고 자랑스런 일이었습니다. 이제 하느님 앞에 체 면이 좀 서는 듯했습니다. 그때는 마침 초막절이라는 명절이었는데 사제 에즈라가 백성들 앞에서 하느님의 법전을 꺼내어 읽자 백성들 이 너무도 감격해서 울었습니다. 말씀에 불충실했던 과거의 죄악 때 문에 울었으며 그렇게 좋은 말씀이 있다는 사실에 기뻐서 울었습니 다. 그래서 그들은 축제의 잔치를 벌였습니다.
백성들은 그때 다짐을 했습니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자고. 그리 고 하느님의 말씀을 잘 지키고 율법을 소중하게 간직하자고. 바로 그때부터 율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율법학자가 등장 하게 되는데 에즈라는 바로 첫번째 율법학자인 셈입니다. 여기서 중 요한 것은, 개인이나 백성도 뭔가 실패해서 약하게 되었을 때 비로 소 하느님의 말씀에 눈을 뜬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약한 자 안에서 강하게 드러납니다.
오늘 2독서에서도 그와 같은 사실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고 있습 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몸이요 서로가 그 지 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몸 가운데서 약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더 요긴하다고 했으며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조심스럽게 감 싸고 보기 흉한 부분을 보기좋게 꾸민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자들이 화장을 할 때도 얼굴에서 가장 취약되는 부분을 더 신 경써서 꾸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약한 것에 관심 을 더 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은 의사의 마음이 건강한 자보다도 병 든 자에게 있는 것과 같으며 하느님의 사랑도 죄없는 사람보다는 실 패한 사람, 죄중에 허덕이는 사람에게 더 가까운 것입니다.
오늘 복음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말씀 자신이십니다. 요한복음에 보면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그 말씀이신 예수님이 그랬습니다. 구약 에서 말한 모든 것이 당신 안에서 다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것 은 사실입니다. 죄많은 세상이 이제 구원을 만났습니다.
모든 말씀은 예수님으로 집약이 됩니다. 거기서 완성이 되고 거 기서 구원이 됩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 슬퍼하는 이들, 그리고 병 자와 약자들 안에서 그분의 말씀이 힘을 줍니다. 하느님은 진정 실 패한 자의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그래서 그 말씀을 믿고 존경해야 합니다. 세상에 말들도 많고 좋다는 말씀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주는 말씀, 우리를 구원하시는 말씀은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뿐이십 니다. 따라서 그 말씀을 소중히 간직합시다. 그리고 말씀대로 실천 합시다.
이것이 세상을 이기는 지혜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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