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이사 62,1∼5 (신랑이 신부를 반기듯 하시리라)
제2독서 Ⅰ고린 12,4∼11 (같으신 한 성령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각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나누어 주십니다)
복 음 요한 2,1∼11 (이렇게 예수께서는 첫번째 기적을 갈릴래아 지 방 가나에서 행하셨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가나의 혼인 잔치는 그 의미가 대단히 큽니 다. 여기서 주인공은 신랑도 아니고 신부도 아닙니다. 엉뚱하게도 예수님이 주인공이십니다. 뿐만 아니라 가나의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계약 관계만도 아닙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하느님과 교 회, 그리고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말합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백성이 계약을 깨뜨림으로써 그 혼인 관계는 파기되었습니다. 아주 끝장이 나 버렸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오심으로 인해서 새 계약이 체결되며 새로운 혼인 관계가 성립이 됩니다. 이것이 오늘 성서의 주요 내용입니다.
잔치에서의 술은 생명입니다. 술이 있어야 흥겹고 좋은 술이 있 어야 그 잔치가 성대하게 됩니다. 그런데 잔치에 술이 떨어졌다면 그 잔치는 파장입니다. 이제 끝장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잔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 때문에 더 흥 겹게 됩니다. 마리아가 도와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잔치는 많은 손님 탓인지 너무도 일찍 술이 바닥이 났습니 다. 그러니까 주인은 큰 낭패였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때 마리아 가 눈치를 채시고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개입 하심으로써 다 끝장이 난 잔치를 더 흥겹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하느님과 이스라엘, 그리고 하느님과 인류와의 관계입니다.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림으로써 하느님과의 단절된 생활을 해 왔습니다. 성서에 보면 하느님은 신랑인 남편이요 이스라엘은 신부인 아내입니다. 여기서 신랑은 계약에 늘 충실하지 만 아내인 이스라엘은 항상 바람만 피우고 못된 짓만 골라서 합니 다. 이제 혼인 관계는 깨졌습니다.
이스라엘은 그 대가로서 실로 엄청난 고난을 체험하게 됩니다. 노예로 끌려가서 수십 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으며 나중에 고국에 돌 아왔으나 다 파괴되고 무너진 도시와 성벽 앞에서 그들은 허탈 상태 에 빠지게 됩니다. 하느님을 거스렸던 자신들의 죄 앞에서 그들은 회한만이 가득했습니다.
이때 예언자가 나타나서 말합니다. 너희는 이제 더 이상 버림받 은 여자가 아니다. 절대로 소박데기가 아니다. 하느님은 너희를 사 랑받는 귀여운 각시로 다시 맞아 주신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내용 이 오늘 1독서에 나왔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어떤 최악의 경우에라도 희망이 있습니다. 절 대로 포기되지 않습니다. 바로 예수님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인류와 의 다 깨진 혼인 잔치에 예수님이 개입하심으로써 새로운 사랑의 관 계가 성립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처지에서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 니다. 생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떤 형제가 세례받은 지 2년만에 냉담을 했습니다. 왠지 신앙 이 식어져서 성당에 나오는 것이 귀찮게 되었고 한두 번 안 나온 것 이 그럭저럭 3년을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 동 안에 돈은 제법 잘 벌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질이 아무리 풍요로워도 마음은 항상 메마르고 허전했 습니다. 마치 잔치에 안주는 풍성하지만 술이 없어서 흥이 나지 않 는 그런 혼인 잔치와도 같았습니다. 잘먹고 잘살아도 주님이 거기 계시지 않으니 인생의 잔치는 파장이었습니다. 마음에는 항상 쓰레 기만 날리는 황량한 거리 같았습니다.
이 형제가 어느 날 은행을 나서다가 발에 밟히는 것이 있어 주 워 보니 반지묵주였습니다. 그는 자기가 밟았던 묵주를 보면서 어떤 깊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묵주가 버려져 밟혀 있듯이 자기가 신앙 을 버리고 하느님을 밟아 온 나날을 반성하고 회개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그 길로 성당으로 찾아가서 기도를 했고 신부님을 뵙고 고 해성사를 봄으로써 새 포도주를 만나게 됩니다. 바로 그날부터 그는 생의 참 의미를 찾게 되었으며 돈으로는 결코 얻을 수 없었던 삶의 고귀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거기서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이 거기 계시지 않으면 세상은 황무지라는 것을.
우리는 신앙의 은혜를 소중하게 간직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거기 계시지 않으면 인생은 술 없는 잔칫상입니다. 아무리 잘살아도 주인 공 없는 혼인 잔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도움을 기억합시 다. 오늘 주님은 원치 않으셨으나 그러나 마리아의 청을 거절치 못 하셨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희망이 있습니다.
올해가 축복으로 열렸지만 그러나 그 축복의 한 해 속에는 고달 프고 힘든 일이 숨겨져 있으며 외롭고 슬픈 일들이 우리를 괴롭힐지 모릅니다. 또는 해도 해도 무너지고 실패하는 아픔이 있을지 모릅니 다. 그때 예수님을 찾읍시다. 그때 성모님께 달려갑시다. 그러면 주 님께서 여러분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흥겹게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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