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이사 60,1∼6 (주님의 영광이 너를 비춘다)
제2독서 에페 3,2∼3a.5∼6 (지금은 하느님께서 이방인들도 당신이 약속하신 것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복 음 마태 2,1∼12 (우리는 동방에서 임금님께 경배하러 왔습니다)
새해 첫 주일입니다. 올해도 여러분 모두 주님의 사랑 안에서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에는 건강과 평화가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복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안 믿는 이들이야 잘먹고 잘사는 것 이 복이요, 몸 건강하고 오래 사는 것이 복이지만, 믿는 이들에겐 복이라는 개념이 그렇게 편협된 것이 아닙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그 안에 감추어 계신 하느님의 사랑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복이요, 외 롭고 눈물나도 우리와 함께 동행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것 이 복입니다.
우리는 그래서 복의 개념을 잘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한마디 로 은총 자체이셨고 복 자체이셨습니다. 모든 행복이 그분에게서 옵 니다. 그렇다면 인간 예수가 받은 복이 무엇이냐. 그것은 겨우 마구 간에서 태어나고 가난한 목수의 가정에서 성장해서는 위험스럽고도 외로운 전도생활을 하다가 마침내는 십자가형에 처형된 고달픈 생애 를 말합니다.
은총이 가득한 여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를테면 예수 아기 를 낳으심으로써 은총과 축복을 낳아 주신 어머니였지만 그러나 그 어머니 역시 눈물과 쓰라림으로 얼룩졌던 한 많고 외로운 생애를 살 아야 했습니다. 그래 그런지 예수님의 산상 설교에 보면 가난한 사 람이 행복하고 우는 사람이 행복하며 억울하게 박해받는 사람이 행 복하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복이라는 개념을 신앙 안에서 올바르게 이해하여 올 한 해가 비록 힘들고 어렵다 해도 하느님 은총의 복으로 받아들 이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의 복은 세상 모든 것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탄생하신 예수님을 가슴 안에 모시고 있다면 바라보는 세상이 온통 축복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세상 자체가 그분 의 축복임을 알게 됩니다.
오늘은 주의 공현 대축일입니다. 전에는 '삼왕내조'축일이다 해서 동방에서 세 왕이 찾아와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드렸다는 사실을 기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있어서는 다릅니다. 박사들이 인사 드렸다는 사실보다는 주님께서 이방인인 그들을 불러 당신 자 신을 손수 드러내셨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묘한 것은, 메시아를 기다린 것은 유대인인데 그 메시아가 찾아 와서 실제로 만난 백성은 이방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유대인은 오 히려 메시아를 배척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은총은 인간의 판단 과 지혜를 초월합니다. 사실, 인간은 자기 재주로 하느님의 은총을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자주 숨겨진 상태에서 우리에게 오 시기 때문에 우리가 몰라봅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은 상식과 인간의 지혜를 초월하며 그리고 세속 의 조건과 그 장애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 신 자들은 조그마한 인간적인 조건과 장애에도 믿음이 자주 넘어지는 경우를 봅니다. 조금만 시련이 와도 하느님을 멀리하며 무슨 핑계 (?)만 생기면 신앙을 가차없이 내던집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끝 까지 붙들고 매달려야 합니다.
어떤 자매가 남편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예비자교리에 나왔 습니다. 특히 시어머니가 열렬한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에 부딪치는 갈등과 쏟아지는 박해가 너무도 컸습니다. 그래도 이 자매는 기를 쓰며 나오는데 마침 시아버지가 암에 걸려 고생할 때 아주 헌신적으 로 간호해 드립니다. 바로 이걸 보고 시어머니가 천주교로 개종을 했으며 남편도 입교를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박사들은 새 왕을 만나야겠다는 신념으로 멀고도 먼 위험 한 길을 걸어 왔습니다. 유대인들은 무시했던 보잘것없는 한 아기를 만나기 위해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포기할 수 있었습 니다. 그분이야말로 그들이 평생 갈구했던 왕이요 주님이었기 때문 입니다. 우리도 그것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주님을 만나기 위해 걸어가는 나 그네 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누구는 쉽게 일찍 주님을 만나 한 평생 축복의 길을 은혜롭게 걸어가지만 또 누구는 평생 걸어도 그분 의 흔적조차 만나지 못하고 고달픈 길을 외롭게 걸어갑니다. 그래서 는 안됩니다. 인간의 지혜를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합니다.
새해를 맞는다고 누구나 다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헌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새해가 백 번 돌아온다 해도 그 사람에게는 여전히 새 해가 뜨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날이 자신을 반 성하며 믿음을 순수하게 닦고 그리고 항상 노력한다면 그는 또 나날 이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됩니다.
주님은 우리의 진정한 별이요 또 우리가 평생 걸어가야 할 길이 십니다. 따라서 우리 마음 안에 환하게 떠 있는 그분의 모습을 바라 보면서 은혜로써 새해를 걸어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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