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민수 6,22∼27 (그들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 이름으로 복을 빌어 주면 내가 이 백성에게 복을 내리리라)
제2독서 갈라 4,4∼7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여자의 몸에 서 나게 하셨다)
복 음 루가 2,16∼21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보았다. 여 드레째 되는 날,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여러분은 이제 종이 아니라 자녀입니다."
오늘 2독서에 나오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가지고 새해 첫 날 의 은혜를 나누겠습니다.
하느님께선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모든 사람이 주 어진 처지에서 가장 기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물론 세상이 불공평 하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누구는 부자로 태어나고 누구는 가난하게 태어납니다. 누구는 죄없이 병으로 고생하며 누구는 또 애매한 십자 가를 평생 짊어지고 갑니다. 그래도, 어떤 처지에서고 하느님께선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학 생은 공부도 잘 하고 기타를 잘 쳤으며 또 명랑했습니다. 한번은 제 가 묻기를 혹시 다리 때문에 불편한 적이 없느냐고 했더니 그는 자 기 다리가 안 보인다고 했습니다. 왜 안 보이느냐고 하자 그 학생이 대답하기를, 세상엔 봐야 할 더 좋은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습 니다.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그 말은 보석처럼 제 가슴에 새겨졌습 니다.
그렇습니다. 못난 사람은 평생 못난 것만 붙들고 징징거리며 고 달프게 걸어갑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고달픈 것을 결코 바라 보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바라봅니다. 그러니까 인 생 자체가 다릅니다. 세상은 우리가 살기에는 너무도 아름답고 소중 한 곳입니다. 정말 잘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종이 아닙니다. 종이라면 미래도 없고 자유도 없습니다. 그저 끌려다니고 이용당하는 노예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녀 이고 자유인입니다. 위대하신 하느님의 아들이고 딸이며 그리고 그 분 나라의 상속을 우리가 이미 보장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떳떳하고 당당해야 합니다. 긍지를 가지고 힘차게 살아야 합니다.
제가 누군가를 한동안 미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저의 그 미 움을 아주 당연하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왜냐하면 예수 님께서도 율법학자나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철저하게 저주하고 배척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신앙 안에서마저 누군가를 계속 미 워하자 내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의 종이 되어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 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비참한 일이었습니다.
기도를 해도 그 사람 미운 생각이 제 머리를 덮고 있었으며 말 을 할 때도 기회만 닿으면 그놈 밉다는 말이 계속 튀어나왔습니다. 잠을 잘 때도 어떻게 복수를 할까 궁리를 했으며 그 사람이 뭔가 잘 못되기를 속으로 바라고 또 바라곤 했습니다. 저는 저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끌려다니면서 꼭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언젠가 그가 다시 미운 짓거리를 했을 때 저는 정말 그를 사랑 할 수 있었습니다. 그를 위해 진정한 애정으로 기도할 수 있었습니 다. 그러자 제가 비로소 자유인이 되었고 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가 있었습니다. 원수는 참으로 우리가 갚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 실 갚을 자격도 없습니다. 또 그렇게 해서 복이 오는 것도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는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 사를 합니다. 참으로 좋은 인사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도 그런 내용 이 나옵니다. 먼저 하느님의 이름으로 복을 빌어 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복받는 길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복을 받으려면 먼저 남의 복을 빌어 줘야 합니다. 아무리 미워도 복을 빌어줘야 합니다.
말이 좀 어폐가 있는 듯하지만 후손이 편안하려면 먼저 돌아가 신 조상들을 편하게 해 드려야 합니다. 그분들이 구원받아 천국에서 평화의 안식을 누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분들을 위해서 우리 가 기도를 해 드리고 할 수 있으면 미사도 봉헌해 드려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평화를 얻으려면 우리가 먼저 이웃의 평화를 빌 어 줘야 합니다.
오늘은 특히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새해를 주님 의 이름으로 열면서 또한 그의 모친 마리아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있 습니다. 그리고 또 오늘은 '평화의 날'입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는 날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새해를 주님의 이름으로 마리아 와 함께 평화를 기원하면서 여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복받 는 길입니다.
우리가 새해를 또다시 맞이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 이며 은총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남에게 복을 빌어 준다는 사 실만으로도 축복이며 또한 우리가 부를 수 있는 주님이 계시고 찾을 수 있는 천상의 어머니가 계시다는 그 자체가 은총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올해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바로 지 금의 처지에서 기쁘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하느님, 우리를 어여삐 여기소서. 우리에게 복을 내리소서" (시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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