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민수 6,22∼27 (그들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 이름으로 복을 빌어 주면 내가 이 백성에게 복을 내리리라)
제2독서 갈라 4,4∼7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들을 보내시어 여자의 몸에 서 나게 하셨다)
복 음 루가 2,16∼21 (목자들은 마리아와 요셉과 아기를 보았다. 여 드레째 되는 날,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오늘 1독서에서는 사제들이 신년 축제에서 백성들에게 장엄한 축복을 빌어 주고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복을 빌어주면 내가 이 백성에게 복을 내리리라." 그렇습니다. 복이란 하느님의 이름을 통 하여 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좋게 보인다 해도하느님을 통해 서 오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복이 아닙니다. 오히려 쓰레기나 불 행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새해 첫 날입니다. 옛날 이스라엘 백성이 빌었던 그 축복의 기도를 오늘 하느님께 간구해야 합니다. 복을 받으려면 먼저 남에게 복을 빌어 줘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선도 먼저 베풀고 사랑도 먼저 나누며 그리고 평화도 먼저 선사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복받는 길입니다.
교회는 또 매년 1월 1일을 '평화의 날'로 정해서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평화는 모두가 원하는 것이요 그것 은 하느님의 '임재'와도 같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이 거기 계 시면 평화요 하느님께서 거기 계시지 않으면 평화가 아닙니다. 그러 나 세상이 말하는 평화와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평화는 서로 다릅니다.
히브리말로 평화는 '샬롬'(SALOM)입니다. 살롬은 '완전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모자람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젖을 배부르게 먹고 잠자는 아기의 얼굴을 보면 평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활짝 핀 꽃을 보면 역시 평화의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 자체로 모자람이 없 기 때문입니다. 잔잔한 바다, 청명한 하늘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평 화를 주며 사람들의 선행이나 사랑에서도 평화를 보여 주게 됩니다. 완전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느님을 생각하면 평 화가 옵니다. 하느님이야말로 바로 완전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매가 사랑하는 어린 외아들을 잃고는 그 상심이 너무도 컸습니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듯한 아픔과 슬픔이 거 기에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래서 아들 곁으로 가기 위해 죽으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꿈 속에서 아들이 나타나 자기는 천국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꿈 속에서 어머니는 기뻐 서 울었고 그 후부터는 마음에 평화를 찾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하느님께서 아기의 모습으로 마리아와 요셉 가운데 누워 계심을 만나게 됩니다. 아무런 걱정이나 두려움 없이 마구간을 천당으로 삼아 거기서 세상을 강복하고 계십니다. 하느님 께서도 인간을 믿으셨습니다. 마리아를 믿으셨고 요셉을 믿으셨습니 다. 그래서 그분도 평화의 시간을 목동들에게 나눠 주셨습니다. 우 리도 평화를 얻기 위해선 먼저 주님을 믿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 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을 때 천사들이 "하늘엔 영광, 땅에는 평화"하고 노래했습니다. 즉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 인해서 이 땅에 참 평화가 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이 오신 지 2천 년이 되는 오늘 과연 세상에 완전한 평화가 왔느냐? 그렇지는 않습 니다. 평화는 그래서 평화 자체이신 하느님을 믿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새해 첫 날에 하느님을 믿고 또 주님을 믿는 마 음을 더욱 굳게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을 이기는 일이요 그것 이 소원을 성취하는 길이며 또한 그것이 참 평화를 얻는 길이 됩니 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복을 빌어 줘야 하고 또한 하느님의 이름으로 복을 받아야 합니다. 인생은 너무 짧습니 다. 사랑하며 선을 행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는 데에도 인생은 짧습니다. 그래서 성실하고 의미있게 살아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지난 성탄 면접 때의 일입니다. 남편의 사업은 엉망이었고 가정 은 파탄 직전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남편은 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술과 여자 문제로 부인을 더욱 피곤하게 했습니다. 제 가 뭐라고 위로를 드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매가 그랬습 니다. "신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걱정많은 자매가 멀쩡한 신부를 위로해 주는지 그 지혜의 삶이 부러웠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인생을 반짝반짝 빛나게 사는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분들은 그 자체로 복받은 분 들입니다. 돈이 없어 가난하고 병이 들어 신음해도 그들은 세상을 빛내는 사람들입니다. 새해입니다. 우리 모두 진정 복받는 한 해를 하느님의 은혜로써 살도록 합시다. 먼저 복을 빌어 줍시다. 그것이 복받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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