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세리라고 하는 약관(弱冠)의 골프선수가 세계를 놀라게 하며 나라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의 쾌거는 어려운 현실의 우리 국민들 마음에 자긍심을 불러일으키며 적잖은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프로선수입니다. 프로운동선수는 운동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자기가 하는 운동에 마음과 힘과 노력을 다 기울이는 사람입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피땀을 흘리며 훈련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박세리 선수 역시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겨울에도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아파트 15층계단을 오르내리는 체력단련을 했고, 하루에 천번이상 골프채를 휘둘렀고, 연습결과가 시원치 않은 날엔 벌로 저녁밥을 굶어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많은 관중들 앞에서 두려움 없이 시합을 하고 또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대담할 수 있기 위해 밤에 혼자 공동묘지를 갔다오는 담력훈련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이제 세계여자골프의 정상에 우뚝 선 것입니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 의연한 모습이 참 보기가 좋습니다. 그는 진정한 프로선수인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십니다. 또한 모든 기도가 그 열매를 맺을 수 있기 위해 정성을 다해 꾸준히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사실 우리 신앙인들은 「기도의 프로선수」들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하느님을 찾아 그분과 늘 함께 하는 삶」일진대, 이러한 신앙생활의 전형이자 도구가 바로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프로운동선수가 은퇴를 하기 전까지는 선수로서의 생명력을 잘 유지하기 위해 늘 훈련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처럼, 기도는 신앙인들이 죽는 날까지 바르고 성실하게 계속해야 할 영적훈련이자 그 자체로 삶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도에 있어 그 누구보다 더 전문가이고, 그러기에 이 기도 없이는 한시도 살 수가 없어야 할 정도의 우리가, 「주님의 기도」를 한번 바침에 있어서도 그것을 얼마나 마음과 정성을 다해 바쳤던가를 돌이켜 생각해 볼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그 귀한 「생명의 기도」를 무의식적, 습관적, 형식적으로 건성 바친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기 때문입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그 안에 돈을 넣고 단추를 누르면 원하는 것이 뚝 떨어지는 자동판매기 같은 분이 아니시며, 도리어 우리보다도 우리를 더 잘 아셔서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합리적으로 베풀어주시는 분이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도에 있어 「철부지 어린 아이같은 행동」을 너무 쉽게 했던 것 같습니다. 네댓살 먹은 아이가 소꿉장난을 하는데 필요하다고 날이 시퍼런 식칼을 달라고 할 때, 그것을 선뜻 건네주는 어머니는 안 계실 것입니다. 잘못하다 아이가 다칠까봐 입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그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이는 제 뜻대로 안됐다고 울며 투정을 부릴 것입니다. 기도에 있어서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관계도 이와 비슷한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조건 다 들어지는 것이 기도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순경(順境) 중에나 역경 중에나 언제나 묵묵히 기도하며 감사하며 성실히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의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몹시 흐뭇합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런 그들을 어여삐 보시고 흐뭇해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부모들도 자기자녀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이라 하며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다 채워주려 애쓰는데, 인간을 사랑하셔서 당신의 아드님까지 다 내어주신 하느님께서 이 의로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실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진정한 프로선수는 실력에 못지 않게 고귀한 인품을 지니고 있습니다. 돈이나 인기보다는 성실함과 겸손, 순수함을 지닌 선수가 더 훌륭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처럼 기도의 프로선수인 우리 신앙인들의 마음 안에도 쓸데없는 세속적 가치에 대한 관심보다는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를 구하는 기도」가 늘 가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모두를 위해 바치는 「한 의인(義人)의 기도」는 성령을 통하여 모든이에게 모든 것이 되는 좋은 것들로 반드시 현실화될 것입니다.
말씀 안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