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집회 27,4∼7 (말을 듣기 전에는 사람을 칭찬하지 말아라)
제2독서 Ⅰ고린 15,54∼58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셨습니다)
복 음 루가 6,39∼45 (마음 속에 가득 찬 것이 입 밖으로 나온다)
--------------------------------------------------------------------------------
말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말에는 일종의 큰 힘이 있어서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 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성서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매에 맞으면 맷자국이 날 뿐이지만, 혀에 맞으면 뼈가 부서진다."고. 그리 고 이런 말도 있습니다. "칼에 맞아 죽은 사람이 많지만 혀에 맞아 죽은 사람은 더 많다."(집회28,17∼18)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사람의 말을 들어 보면 압니다. 고상한 사람은 역시 하는 말과 행동에 예의가 있 고 단정하며 품위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품이 천한 사람은 역시 하 는 말과 행동이 그저 천박할 수밖에 없습니다. 들어 있는 것이 고작 그것밖에 안되기 때문입니다. 말은 이처럼 사람의 됨됨이를 거짓없이 드러내 줍니다.
성서는 말에 대한 여러 가지 교훈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말은 곧 인격 그 자체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며 말이 아닌 것은 하질 말아 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아들을 일컬어 '말씀'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좀 비약이긴 하지만 사람은 곧 말이요 말은 곧 사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말의 가치는 그만큼 큽니다.
제가 자주 다니는 목욕탕에서는 말많은 어떤 형제를 늘 만나게 됩니다. 저는 그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사는 지도 모릅니다. 다만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매일 목욕탕에서 구두 를 닦아 신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걸핏하면 욕이요 상소 리를 합니다. 듣기가 너무 거북합니다. 그래도 그는 부끄러운 줄을 모릅니다.
한번은 탕에서 일하는 젊은이가 그 형제에게 물을 좀 아껴쓰라 는 말을 했습니다. 샤워기의 물을 틀어 놓은 채 그는 탕 안에 앉아 있기가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이때 그 형제가 젊은이의 따귀를 때리 면서 욕지거리를 하는데 그 욕이 입에 담지도 못할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젊은이도 같이 욕지거리를 하면서 그 형제에게 대들었습 니다. 그날 그 형제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말을 골라서 써야 합니다. 남에게 상처를 주면 자기도 상 처를 받습니다. 좀 품위있고 고상한 말을 써야 하지만 말이 아닌 것 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입이 가벼운 자들은 입 조심 을 해야 합니다. 아무 말이나 다 전하고 헤프게 지껄여서는 안됩니 다. 남의 대죄를 말하면 그는 대죄를 짓는 것이고 남의 소죄를 말하면 소죄를 짓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는 "뭣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 성서에도 나왔습니다. "그 형제의 눈 속에 든 티는 보면서도 제 눈 속에 들어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한다."는 것입니 다. 세상에 흠없는 사람 없고 티없는 사람 없습니다. 우리는 그래서 남을 판단하는 일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 사적인 감정이나 단순한 느낌에 의해서 나와서는 안됩니다.
저도 말과 판단에 많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저놈은 공부가 틀린 놈이라고 했는데 그 애가 어느 날 의과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으 며, 절대로 안된다고 했는데 그가 신학교에 들어가 신부되는 것도 보았습니다. 우리는 정말 말과 판단을 함부로 해서는 안됩니다. 어 려운 일이지만 하느님의 눈으로 보고 하느님의 입으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람을 판단하면 그 자체로 하느님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내 눈에는 그가 부족하게 보이나 하느님 앞에는 내가 더 부족한 것 이며 또 그가 설혹 부족하다 해도 하느님께선 그 자체를 사랑해 주 십니다. 판단은 실로 하느님의 몫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게 주어 진 하느님의 몫이라면 또 아무리 어려운 말도 용기있게 외쳐야 합니다.
지난 유신시대에 우리는 용기있는 분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목 에 칼이 들어가도 의롭다고 여겼던 것은 굽히지 않고 외쳤던 그 예 언자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말에는 인내가 있어야 하지 만 또 용기도 있어야 합니다.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해서도 안되지만 해야 할 말을 안하는 것도 큰 잘못입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은 그런 면에서 아주 용기있는 분들이셨습니다.
가끔 사기꾼의 말이 솔깃하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일수록 더 예의를 지키고 공손하며 고상한 체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신들의 말은 항상 편하게 들리며 충신의 말은 가시 같아서 입에 쓰고 거북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은 사람을 속이 기도 하며 멍청하게도 만듭니다. 말은 정말 큰 힘이 있어서 하는 사 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좌우간, 말 가지고 말많은 세상입니다. 따라서 말이 아닌 것은 절제하고 말이 되는 것만을 골라 이롭게 쓰도록 합시다. 말은 인격 입니다. 내 인격을 말로써 다듬어야 하지만 남의 인격도 말로써 도 와 줘야 합니다. 말이 곧 '말씀'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