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현실에 당당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지금보다 낫게만 보이는 지나간 과거를 회상하며 후회만을 하거나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헛된 걱정만을 하며 사는 것은, 현실도피적인 어리석은 삶의 태도입니다. 그러나 오늘이라는 관점에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바른 인생목표를 설정하여 희망 중에 오늘을 살아가려고 하는 삶의 태도는 참으로 지혜로운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깨어 기다리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언제 있을지 모르는 당신의 재림을 합당히 맞이할 수 있도록, 「주인을 깨어 기다리는 충실한 종」의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을 촉구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재림의 때가 언제일는지는, 당신 친히 말씀하셨듯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을 통해 그리 머지않아 예수님을 개인적으로 만나게 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공적인 재림에 앞서 각자가 개인적인 죽음을 통해 체험하게 될 「예수님과의 만남」을 위해서도, 그 「깨어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늘을 사는 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가끔 「그 죽음의 순간에 과연 나의 마음은 어떠할까?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등등에 대해 묵상을 해보곤 합니다. 지난 세월들이 꿈처럼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일장춘몽(一場春夢)과 비슷한 뜻의 고사성어 중에 일취지몽(一炊之夢), 한단지몽(邯鄲之夢)이라는 말(言)이 있습니다. 이 말들은 중국 당나라 때 노생(盧生)이라는 사람이 체험한 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노생은 우리나라의 김삿갓처럼 바람에 구름 떠가듯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유유자적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하루는 「한단」이라는 곳을 지나다가 한 주막에 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밥을 한 상 부탁하고 음식이 나오는 사이, 잠깐 누워 쉰다는 것이 그만 깊은 잠이 되고 말았습니다. 꿈속에서 노생은 아주 참한 처녀와 결혼을 하여 다섯명의 자녀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나라의 재상(宰相)이 되기까지 출세를 합니다. 80수에 이르도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삽니다. 그렇게 인생을 한참 신나게 즐기고 있을 때, 「일어나 식사하라!」는 주모의 소리가 청천벽력처럼 들려옵니다. 그토록 생생한 현실처럼 느껴졌던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다 꿈 이었던 것입니다. 주모가 밥을 한번 짓는 그 잠깐 사이에 노생은 인생 80년을 실감나게 살았던 것입니다…. 예수님 앞에 서서 이 세상에서의 나의 삶에 대해 총결산(決算)을 하게 될 때, 긴 것만 같았던 인생 전체가 다 한순간의 꿈처럼 느껴질 것만 같습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참 신비롭습니다. 고통스러워 죽을 것만 같던 과거의 일들도 「오늘」이라는 이 시점에서 보면 다 지나간 추억의 옛일일 뿐입니다. 지금 겪고 있는 시련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미래」가 「오늘이라는 현재」가 되는 날, 우리는 오늘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그래, 그땐 그랬었지!」라는 옛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실패, 고통 뿐 아니라 성공이나 기쁨, 부귀영화의 경우도 그러할 것입니다. 이 세상 인간사 안에는 그 어느 하나도 영원한 것, 절대적인 것은 있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느님과 예수님과 성령, 진리와 사랑만이 절대적이고 영원한 것이며, 그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이루어내는 사랑의 일들만이 가치로운 것입니다.
예수님의 재림을 성실히 깨어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고 있는지? 예수님의 「그 다시 오심」을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하면서 세상의 가치와 일들에만 집착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생은 길어야 70년 근력이 좋아야 80년」이기에, 그 안의 내용이 설령 부귀영화와 성공과 기쁨으로만 가득 차 있다손 치더라도 결국은 이 세상에 고스란히 다 남겨두고 빈손으로 흙으로 되돌아갈 존재들인데, 우리는 영원한 세상을 위해 어떤 마음자세로 또 어떤 실천적 준비를 하면서 오늘의 현실을 살고 있는 것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일입니다. 일취지몽같은 이 세상에 집착함 없이 그러나 성실히 애틋하게 이 세상을 잘 채워 살아감으로써, 언제 그분이 오시든지 기쁘게 나가 그분을 맞아 모실 수 있는 우리들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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