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영세를 받으려면 교리문답 360조목을 다 외워야 했다.
문답 1번. 문 : 『사람이 무엇을 위하여 세상에 났느뇨?』 답 : 『사람은 천주를 알아 공경하고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났느니라』
1990년대 서울의 대학 입시생을 둔 어머니의 첫 문답은 이렇다. 문:『어떻게 하면 내 아들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나?』 답 : 『무조건 정성을 다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한다』
이 답 속에는 불법 고액과외, 족집게과외. 100일기도, 아들 방에 기대어 잠자기, 생미사 봉헌, 촌지 전달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로 가득 찬다.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가치구조가 병들어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의 어느 본당 주일학교 교사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은 중고생 자녀들이 주일학교에서 교리를 배우는 것을 꺼린다. 그 이유는 대학입시에 지장이 있을 것을 우려한 때문이란다. 이 부모들은 자녀가 신앙적으로 성숙하여 참된 행복의 길을 가는 것보다는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말이 된다.
예수님은 오늘의 복음에서 누가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도전적인 말씀을 하신다.
우선 가족까지도 미워하지 않으면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없다는 말씀은 가족을 무조건 미워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것은 가치의 우선 순위에 대한 질문이다. 이 말씀의 의미는 가족주의적 이기주의에서 초월해 모든 이웃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라는 보편적 사랑, 즉 하느님의 나라에의 초대이다.
8.15 해방 이후에 많은 부모들이 소 팔고 논 팔아서까지 자녀를 대학에 보냈던 이유는 무엇인가? 주된 이유는 자식 하나라도 출세시켜서 온 집안이 잘 되고 편하게 살아보자는 욕심이었다. 이러한 가족주의적 이기주의는 수십년간의 입시 지옥의 발원지이며 결국 더 살기 좋은 사회, 부강한 국가의 발전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IMF경제 난국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러면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십자가는 고통이며 불편함의 상징이다. 대입을 앞둔 어머니는 아들 방 앞에서 잠을 자고 엄청난 비용, 정성, 불편함, 마음 고생 등등 온가족이 십자가를 지고서 그의 대학 입학을 위하여 엄청난 희생과 대가를 치른다. 그러면 우리는 자기 자신의 구원과 참된 행복을 위해서 어떤 희생과 대가를 치르고 있는가? 고작 주일 미사와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하늘나라에 대한 투자가 다 끝난 것으로 오판하고 있지는 않나?
결국 신앙생활의 발전은 예수님의 사업에 자기 자신을 얼마나 투자하고 헌신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된다. 이러한 헌신은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단계 : 재미로 성당에 다닌다. 많은 분들이 신부님이 좋아서 미사에 나가고 그분이 싫으면 안 나간다고 말한다. 상당수의 신자들은 성당의 단체 활동이 재미없어서 냉담한다. 그러나 이것은 참된 신앙인의 길이 아니다.
둘째 단계 : 무조건 열심히 다닌다. 신부님의 눈치를 보지 않는 소신파 신자다. 단체 활동에도 꾸준하다. 그러나 문제는 일종의 맹목적인 열심이다. 결국 자기 구원 중심적인 신앙인으로 전락한다.
셋째 단계 : 현실적인 신앙인으로 산다. 매일 매일의 현실에서 신앙을 증거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는 특별히 작은 일들을 통해 신앙을 실천하려 한다. 현실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마음이다. 마음 안에 주님을 모시고 사는 참 신앙인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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