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꾸준한 화젯거리는 좋든지 싫든지 경제문제일게다. 근대 자본주의 경제 이념의 아버지 격인 독일의 막스 베버라는 학자는 『건강한 자본주의의 요체는 예측 가능성이다』라고 말했다. 「예측 가능성」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7, 80년대에 서울의 강남지역에 땅값이 수백배까지 폭등했다. 이 점을 미리 예측한 일부 땅 투기꾼들은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 「졸부」즉 졸지에 부자가 된 사람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다. 이처럼 「예측 가능성」의 부작용도 있지만 긍정적인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이 「예측 가능성」이 특정한 경제 공동체의 「공동선」과 「경제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애쓰게 마련이고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는 예측이 가능해야 돈을 어디론가 투자를 하든지, 소비를 하든지, 아니면 저축을 하든지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 정부도 국민들의 세금을 모아서 앞으로 필요한 공공사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어떤 사업이 가장 중요하고 공동선에 이바지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국민을 위한 정부의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네 삶은 예측 불허의 연속이기도 하다. 지난 여름의 수해는 「게릴라식 폭우」라서 기상예보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였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죽는 때를 예측하지 못한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가 매우 많다.
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 세가지를 들어 비유로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에서 흔히 일어났던 일들, 즉 양 백마리 중에서 한 마리를 잃은 경우, 은전 열닢 중에서 하나를 잃은 경우, 두 아들 중에서 한 아들을 잃은 이야기 등이 나온다.
이 상황을 요즈음 말하는 소위 「경제논리」에 비추어보자. 양 백 마리 중에서 한 마리는 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흔 아홉 마리를 내버려두고 한 마리 길잃은 양을 찾아 헤매는 것은 비경제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한 마리에 집착하다가 나머지 아흔 아홉 마리 양에게 소홀해서야 되겠는가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은전의 경우도 양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들이 두 명이 아니라 열 명일지라도 그 중에서 하나를 잃으면 부모의 슬픔은 어떨지 상상해보자. 그러므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한 자녀일지라도 부모 자신의 목숨 이상으로 귀할 수도 있다. 한 마리의 양, 한닢의 은전도 경우에 따라서 매우 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비유가 뜻하는 의미는 사뭇 다른 면도 있다. 가령 길을 잃고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헤매는 양의 입장에서 서서 그 심정을 헤아려보자. 비록 짐승이라서 인간의 언어로 표현을 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주인을 찾아 자신의 생명을 구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은 얼마나 가련한가? 은전 한닢이라도 좋은 주인에 의해 멋지게 쓰임을 기대했던 희망은 어디로 갔는가? 더욱이 부모를 떠나버리고 절망에 빠진 자녀의 마음이야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어떻게 예측하기 어려운 곤경에 처한 양, 동전,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신의 주인, 부모님, 하느님께서 자기를 찾아줄 것을 기대하고 희망하는 마음일 것이다. 즉 자신의 잘못이 아무리 크고, 아무리 어려운 곤경에 처해 있더라도 자신을 찾아내 주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면 그(것)는 최선을 다해 존재할 의미가 생긴다.
결국 자신의 잘못으로 아무리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겨지고,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더라도 하느님만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구하실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비합리적이고 비경제적인 듯한 진짜 하느님의 경제학을 살 수 있게 된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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