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사도 3,13∼15.17∼19 (여러분은 생명의 주관자를 죽였으나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은 자들 가운데서 살리셨습니다)
제2독서 Ⅰ요한 2,1∼5a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죄뿐만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용서해 주시려고 친히 속죄물이 되셨습니다)
복 음 루가 24,35∼48 (성서의 기록을 보면 그리스도는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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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신 예수님은 어떤 유령이 아닙니다. 그분은 이 사실을 증명 하기 위해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제자들 앞에서 구운 생선 한 토막을 직접 잡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영의 부활만은 아닙니다. 분명히 영과 육의 부활입니다. 바로 그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오늘 성서의 내용입니다.
또한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죽은 예수님이 아닙니다. 그분은 부활하시어 우리 가운데 엄연히 살아 계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바로 그 주님을 믿어야 합니다. 어떤 처지에서도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에게 힘과 능력을 주시는 예수님을 믿어야 합니다. 만일에 그 부활 신앙이 아니라면 우리의 믿음은 그 자리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오늘 1독서에서 사도 베드로는 예수님의 부활을 자신있게 설교 하고 있습니다. 본래 베드로는 무식했고 아무 능력도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베드로는 부활 신앙에 확신을 가졌으며 자기와 동행하시는 예수님의 능력을 믿고 앉은뱅이를 고쳐 주기까지 했습니다(사도3,1∼10참조). 이에 사람들이 놀라 구름같이 몰려들자 베드로가 성령 충만한 설교를 했는데 그때 장정 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었다고 사도행전은 전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엄청난 일입니다. 그러나 살아 계신 예수님을 믿으면 그 이상의 능력도 나옵니다. 그러나 죽은 예수님만을 믿으면 그 믿음은 주저앉게 됩니다. 믿음 자체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어떤 냉담자를 만났는데 이 사람이 날 보고, "한 달에 두 번은 성당에 나가겠습니다."하며 무슨 선심쓰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이 뭔 말인고 하니 한 달에 주일 네 번 중에 두 번은 성당에 나오고 두 번은 놀기 위해 못 나온다는 것입니다. 무슨 교환조건으로 봐 준다는 투였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었습니다. 죽은 예수님을 믿으니까 그 모양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의심을 품느냐?"하시면서 제자들을 나무라셨습니다. 믿지 못하고 불신을 가지고 있으면 매사에 자신이 없이 당황하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마치 유령보듯 하기 때문에 믿음을 허깨비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는 안됩니다. 부활을 축으로 하는 우리의 믿음은 그 자체가 삶의 진정한 에너지입니다.
부활은 그래서 놀라운 기쁨입니다. 이 기쁨은 세상의 그 무엇에 도 구속받지 않으며 언제나 당당하고 떳떳한 기쁨입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만족할 줄 아는 기쁨이요, 아무리 병들어도 마음만은 건강할 줄 아는 기쁨이 됩니다. 부활은 그 자체로 놀라운 생명이며 환희입니다.
옛날에 어느 임금이 병에 걸려서 죽게 되었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인데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병은 점점 더 악화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상한 소년이 찾아와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벗겨다가 입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임금은 사람들을 전국에 파견하여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 보았으나 잘사는 사람도 못사는 사람도 행복의 기쁨이 안 보였습니다. 그래서 임금의 병만 더 커졌습니다.
나중엔 왕자가 직접 찾아 나섰으나 허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오두막집 앞을 지나가는데 그 집에서 감사와 기쁨에 넘치는 성가와 기도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왕자는 이 집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의 집이라 여겨 들어가서 사정을 얘기하고 속옷을 벗어 달라고 했으나 절대로 그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통하지 않자 칼로 위협하고 겉옷들을 벗겨 보니 속옷들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속옷을 입지 못했던 것입니다. 왕자는 거기서 깊이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돈으로도 못 사고 권력이나 칼로써 얻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행복은 오르지 믿음에서 오는 것이라고. 좌우간 임금은 믿음을 갖고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살아 계신 주님과 함께 살면 겨울에 속옷을 입지 않아도 춥지 않으며 입에 풀칠을 못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목에 칼이 들어가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순교자들의 최후가 그처럼 당당하고 떳떳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부활에 대한 확고한 신앙 때문이었습니다. 이처럼 부활신앙은 삶의 큰 힘이요 축복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부활입니다. 우리의 소망도 부활이며 우리의 인간 삶의 목적도 부활입니다. 그런데 그 부활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신 예수님을 신앙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놀라운 감격과 축복으로 열려지게 됩니다. "왜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의심을 품느냐?" 주님의 말씀을 몇 번이고 되뇌며 부활의 삶을 기쁘게 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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