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에서 삶의 최대 가치는 돈을 버는 일이다. 물론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는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리고 돈을 많이 소유한 「부자」와 돈이 없는 「빈자」라는 두 계층이 생겨났다. 이러한 빈부의 격차를 해결하고자 칼 막스라는 학자는 공산주의를 주창했지만 약 70년만에 실패로 끝났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 돈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부 부유층 사람들은 하룻밤에 천만원이 넘는 돈을 호화 요정에서 쓰고, 병들고 가난한 어느 아버지는 천만원의 상해보험금을 노리고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는 감옥에 들어갔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적 발전을 위하여 월남전에 나가서 젊은이들이 피를 흘리고, 중동에 간 근로자들은 비지땀을 흘렸으며, 몇 만원이 안 되는 월급으로도 열심히 일한 언니들의 정성이 모여서 수출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경제발전의 진정한 목적인 삶의 질적 성장은 별로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의 삶은 혼자서 이뤄지지 않는다. 누구든지 두 사람(어머니와 아버지)의 사이에서 태어나고, 사람은 이웃과의 만남과 관계가 없으면 정상적인 인간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人間)의 간(間)자는 사이를 뜻한다. 결국 사람은 남과의 관계 안에서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 혼자서만 돈을 많이 벌고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우리 사회는 극심한 이기주의와 탐욕이 판을 치고 부정과 부패가 만연해졌다. 이 모든 현상들은 인간 관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관계는 먼저 서로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에서 비롯한다. 안 보면 보고 싶어지고 만나고 싶어야 정상적인 인간관계이다. 이러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방해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도 물질에 대한 탐욕이다.
오늘의 복음에 나오는 부자의 죄악은 그가 돈이 많았다는 것도 아니고, 그가 거지인 라자로를 멸시하거나 모욕을 주었기 때문도 아니다. 이 부자의 잘못은 단순히 가난한 라자로에게 무관심했다는 점이다. 이 부자가 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된 원인은 자신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이웃 라자로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은 것 때문이다.
맹자(孟子)님은 우물가에서 물에 빠질 위험에 처한 어린이를 보면 먼저 달려가 그를 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심(惻隱之心)이라고 가르쳤다. 측은지심이 메말라버린 사회는 사람의 본성이 없어진 비인간적인 사회이며, 결국 우리 스스로가 지옥을 미리 만드는 셈이다.
어떠한 물질도 그 쓰임새에 따라서 가치가 결정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배가 고픈 경우에 좋은 것이며 배가 부른 이에게는 가치가 없다. 돈은 언제나 좋은 것이 아니다. 돈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쓰여질 때가 가장 좋은 것이다. 그리고 누구에게 돈이 필요한지를 알려면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백만명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무수한 기업들이 도산하는 경제적 난국에 빠져 있다. 그러나 30년 전보다 먹을 것, 입을 것이 부족하지는 않다. 우리 모두에게 정말 부족한 것이 있다면 따뜻한 마음이다. 떡 한 개라도 나누어 먹으려는 따뜻한 가슴이 아쉬운 것이다. 반면에 머리의 회전만을 중시하는 물질주의적 경제논리의 풍토에서는 모두가 냉혹하기 쉽다.
가슴이 따뜻하려면 무엇보다도 겸손과 청빈의 맛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겸손과 청빈의 맛은 나눔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제부터라도 근심과 걱정은 하느님께 맡기고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서 내 이웃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머릿속을 비우고 미소와 친절로 이웃에게 다가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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