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후의 유럽 미술은 시작부터 그리스도교를 위해 존재했다. 때문에 그리스도교에 대한 지식 없이 서양 미술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동양적 사고와 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서양 고전 미술의 기본적 핵심인 그리스도교 미술을 대하는 일은 단지 교양의 수준이라 하더라도 대단히 어려운 일.
미술사가 홍진경씨(니꼴·서울 당산동 본당)가 펴낸 「베로니카의 수건」은 『그리스도교 주제의 서양 고전 미술을 좀 더 근원적으로 간략히 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집필한 만큼 서양사상의 근본인 그리스도교를 바탕으로 서양미술사에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홍씨는 독일 쾰른 대학에서 서양미술사와 고전고고학, 교육학 분야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
이 책에서는 우선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인 4세기경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성상(예수와 마리아)의 의미를 살펴보고, 복음서를 따라 예수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해설한다. 이 과정에서는 미술사적 시대 양식이 아닌 그리스도교 미술의 주체인 예수의 생애와 행적들이 성서적 시간대를 따라 기술된다는 게 특징. 또한 책 사이사이에는 「마리아 이름의 의미」「요셉이 항상 노인으로 등장하는 이유」「숫자의 상징」「제단화와 묵상화」등 그리스도교와 서양미술, 역사에 대한 다양한 알짜배기 정보로 가득 차 문외한에게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서양의 예술가들은 우리 나라에서 화가를 「환쟁이」라고 불렀던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를 위해 일하는 수공업자에 불과했죠. 그림은 문맹인들에게 성서내용을 전달하고 묵상의 도구로 사용됐고 화가는 왕족이나 귀족들이 교회에 기증하기 위한 그림을 그렸습니다』이런 역사적 배경 아래 예술이 성장했기 때문에 서양의 문화와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그리스도교의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작가의 말. 특히 이러한 집필 동기는 저자 자신이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게 된 이유와도 상통한다.
86년 독일 유학 시절 세례를 받은 홍씨는 귀국 후 교회 내에서 알게 모르게 꾸준히 활동해왔다. 가톨릭대사전 집필에도 참여했고 월간 레지오 마리애에는 97년부터 글을 써왔다. 또한 10월부터는 「교회 미술 이야기」강사로도 나설 계획이다.
『교회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개종까지 했고 그렇게 배운 지식으로 강의를 하고 책을 써야한다는 사명감도 있는 것 같다』는 홍씨는 『앞으로 성서를 바탕으로 한 내용을 담아 대중적인 책과 신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교회 건축 이야기를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경/211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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