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 일치와 사랑을 외치며 소외 받고 가난한 이들에게 따뜻한 희망으로 다가섰던 김수환 추기경의 반세기 사제 삶과 사랑의 행로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됐다.
9월 15일 사제수품 금경축을 앞두고 바오로 딸에서 제작한 「김수환 추기경 삶과 사랑」은 추기경의 인생역정과 역사적 자료,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터뷰, 추기경의 육성 등으로 꾸며진 휴먼 다큐멘터리.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어 신부가 되기를 원치 않았던 젊은 시절부터 김추기경 생애의 가장 정겨운 시간으로 남는 목성동 본당 보좌 시절, 62년 가톨릭시보(현 가톨릭신문)사장 재직 시절, 30년간의 서울대교구장 재직과 은퇴 후 최근 근황 등이 담겨있는 비디오에는 인생의 석양 길에 접어들 때까지 자신에게 냉정하고 가난한 이웃에겐 한없이 따뜻했던 추기경의 면면이 드러난다.
68년 교황 바오로 2세에 의해 48세의 나이로 무명의 대주교에서 최연소 추기경으로 서임 된 김추기경은 정치 사회적 과도기로 혼란스러웠던 70~80년대 시대의 짐을 짊어지고 때로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때로는 중용의 침묵으로 시대의 지팡이 역할을 해왔다. 동일방직 사건, 안동교구 농민회원 오원춘 사건, 상계동 철거, 장지동 화혜마을 화재 현장 등 인권이 유린되고 가난한 이웃들이 고통받는 현장에서 늘 함께 했던 그는 「사랑」과 「가난한 이웃과 함께 함」이라는 신조를 지켜왔다.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쓸모 없는 교회다』『인간으로서 정직하고 솔직하고 남을 존중하고 위할 줄 아는 참 인간다운 인간이 먼저 돼야한다』『사제는 형제적 사랑으로 일치되기 위하여 그리스도와 같이 자기를 내어놓고 봉사해야 할 사람이다』등 김추기경이 남긴 메시지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마더 데레사 수녀처럼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는 사람으로 살아오지 못한 인간 김수환에 대한 질책, 형 김동한 신부의 선종을 함께 하지 못한 회한, 암담함과 고독을 이기기 위한 기도, 한달 대피정 동안 기록한 묵상과 성찰 기록에서는 한 사람의 사제이자 인간으로서 겪어야 했던 심적 고통 등도 역력히 담겨있다.
두봉 주교는 인터뷰에서 『무게가 있고 유머가 있으면서도 정말 바른 말씀만 하시는 분』이라면서 『한국교회에서 다시 찾아보기 힘든 단 한 사람』이라고 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용기 있는 발언과 중용의 침묵으로 잠자는 양심을 깨워 온 긴 세월을 지나 소탈한 성품과 소박함, 넉넉한 웃음으로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모든 이와 함께 하고 있는 최근 추기경의 삶까지 팔순의 삶과 사랑을 66분 테잎에 담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준비한 다큐멘터리는 KTY 연출가로 활동 중인 김철민씨가 연출을 맡았고 구성은 KBS 「현장 르포 제3지대」와 「인간극장」의 작가 한정씨가, 카메라는 바오로 딸 영상부 이재선 수녀가 잡았다.
바오로딸/2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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