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오순절 평화의 마을(경남 밀양시 삼랑진읍) 식구들은 또 하나 경사스러운 날을 맞았다. 바로 창립 15주년일. 이날 대축일 미사에 곁들여 조촐하게 봉헌된 15주년 기념미사에서 창립자 오수영 원장신부는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오늘 이렇게 성장했다』며 『그분들에게 감사하고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성인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부산 동항성당 뒷편 판자집에서 오늘의 오순절 평화의 마을이 있기까지 15년은 하느님의 축복과 사람들의 도움이 일궈낸 사랑의 역사(歷史)다.
성당으로 찾아온 알코올중독자와 2명의 자녀를 맞아들인 것이 지난 86년 4월. 허기진 배와 지친 몸을 이끌고 오신부 앞에 쓰러진 이들은 바로 하느님이 보내신 「강도를 만난 사마리아 사람」이었다.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준 소식은 입소문으로 퍼져 그해 8월엔 50여명이라는 대가족을 이루었다. 신자들과 독지가의 도움으로 사제관 뒤편 창고를 개조해 오갈데 없는 이들의 보금자리인 「평화의 집」이 탄생했다.
한 신자의 도움으로 그해 7월 지금의 삼랑진 일대에 땅을 마련해 옮기고 공동체 명칭도 「오순절 평화의 마을」로 바꾸었다. 8월 15일 삼랑진에서 하느님 사업의 한 획을 긋는 오순절 평화의 마을 첫 미사가 봉헌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작게 시작했지만 지금은 500여명의 남녀 가족들이 사랑의 울타리를 이루며 사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98년과 99년엔 경기도 여주에 천사들의 집과 평화재활원을 개원했으며, 올해엔 미국 이민자들을 위해 펜실베니아주에 20만평의 땅을 마련해 「피정의 집」을 준비중이다. 사회복지시설에 그치지 않고 나눔과 섬김, 기도가 함께 하는 초대교회 공동체를 꿈꾸었던 오수영 신부의 꿈은 수도공동체의 탄생을 가져왔다. 현재 이곳엔 오순절 평화의 수녀회와 수도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요셉자매회, 독신 여성을 위한 마리아자매회, 관상공동체, 세속인들의 수도모임인 재속 3회가 서로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활동중이다.
하지만 요 몇 년새 후원 손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평화의 마을 식구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봉사자들의 열의도 예전같지가 않다. IMF 탓이려니 생각하지만 다가오는 겨울나기 걱정을 해야할 처지다.
한편 오순절 평화의 마을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수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완공을 본 김범우(토마스) 기념성전과 오순절 평화의 수녀원 축복식에 맞춰 15주년 행사를 갖는다.
※연락처=(055)352-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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