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특허를 반대하는 데에는 충분한 윤리적, 신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생명체의 특허화는 생명이 본래 하느님의 선물로 자유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그리스도교적 가르침을 부인하고 생명을 살아있지 않은 물건과 같이 취급하는 일입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숀 맥도나(Sean McDonagh, 성골롬반 외방선교회) 신부는 7일 서강대 다산관에서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 특허란 있을 수 없다」를 주제로 개최된 종교환경회의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종교환경회의가 주최하고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최용록 신부)가 주관한 이날 정기포럼은 환경문제를 종교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나누고자 마련된 자리.
성골롬반 외방선교회의 정의평화, 생태학 연구위원인 맥도나 신부는 세계 도처에서 제3세계의 환경, 외채, 개발, 생물공학 등을 주제로 강연과 세미나를 벌이고 있으며 「땅의 신학」「교회의 녹화」등 저서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환경운동가다.
『거의 모든 종교와 문화권에서 창조주의 선물이며 신성한 것이라고 간주됐던 생명은 이제 특허권 소유자에 의해 조작되고 매매될 수 있는 발명품, 유전자의 집합체, 화학제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하에서는 생명이 단지 대기업들의 투자에 유리한 수익을 발생할 때만 가치를 갖게 될 것입니다』
맥도나 신부는 생명체의 특허화가 생명윤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세계경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허화 제도하에서 생명 양식들은 선진국 다국적기업의 자산이 돼 이들을 살찌우는 반면 이를 비싼 가격으로 소비해야 하는 제3세계의 가난을 영속화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일반 대중이 아닌 기업에게 이익을 줄 것이라는 이같은 우려는 일부 과학자, 정치인들이 생명의 특허화를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80년 미국 대법원이 생물도 특허화 될 수 있다는 최초의 판결을 내린 이후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바이러스, 식물, 동물 등을 포함한 수많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들이 특허를 획득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전 부호는 인간과 지구의 공동 재산으로 간주돼야 하고 개인이나 국가, 기업이 그것을 전유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됩니다. 인간의 건강과 제3세계 농부들의 생존, 환경보호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국제사회는 다국적기업들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국제적인 행동강령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맥도나 신부는 이날 강연회에 참석한 각계 종교인들에게 『생명이 하느님의 존엄성을 가진 개체라 믿는 모든 종교인들은 유전자 조작 기술을 윤리적으로 이용하는 문제에 올바른 방향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히며 『유전자 조작 물질을 개발하기에 앞서 무공해 생명농법을 충분히 연구해 보았는지를 반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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