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은총에 대한 보답일 뿐입니다』
시각 장애로 인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 닫혀버린 이들의 눈과 귀가 되어 16년간 신앙으로 이끌어 온 박봉희(헬레나·서울 중계본동본당)씨. 그는 『우리는 봉사할 때 내가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고 자만하기 쉽지만 사실 얻는 게 더 많다』면서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것이 봉사에 선행돼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맹인선교회에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녹음 봉사를 하고 있는 그의 하루 일과는 새벽기도로 시작된다.
기도 후 장애인들을 위해 매일의 미사와 복음, 성인전을 읽어주는 사랑의 전화(02-736 -6000)를 녹음하고 두 아들 등교와 남편 출근을 챙겨준 후 집을 나선다.
10시 미사 후 성서 봉사와 무의탁 노인 방문, 맹인 선교원 녹음 봉사, 성소후원회 미사….
16년을 이어 온 하루 하루지만 하나도 힘겹지 않다는 것이 박씨의 말이다.
최근에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뜻깊은 일을 해냈다. 가톨릭성서모임에서 성서봉사자로 오랫동안 봉사해 온 박씨가 성서에 맛들일 기회를 갖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성서모임 교재를 점자화하고, 점자를 읽지 못하는 후천적 장애인들을 위해 성서, 해설서, 해답서, 성가, 묵주기도까지 모두 녹음한 것. 현재 맹인선교원에서 장애인 성서모임을 만들어 11명과 함께 성서모임을 하고 있다.
박씨는 『각자가 가진 사연이 너무 마음 아파 매일 울고 오게 되죠. 하지만 처음 시력을 잃게 된 데 원망하던 장애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느님이 주신 시련까지 감사하다는 말로 변화될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물질적인 도움은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고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미지근한」 신자였던 박씨가 이렇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봉사에 투신하게 된 것은 16년 전 기적처럼 신앙체험을 하고 난 후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던 그는 쿠싱증후군이라는 희귀병으로 힘겨운 투병생활을 했고, 그러던 중 누군가와 함께 장애인마을을 찾아가는 꿈을 꾼 후 회복되기 시작했던 것.
그러나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허름하고 열악한 선교원 시설에 실망했던 그는 봉사자 교육을 받으며 명동거리에서 장애 체험을 한 후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겠노라고 하느님과 약속을 했단다.
아직도 몸이 건강하지 못해 주위에서 만류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는 "마음에 뜨거운 불같은 게 있어서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84년 교황 방문 때 여의도 행사장을 지었던 건축일을 하는 박씨의 남편도 뒤늦게 얻은 신앙으로 중계본동 성당과 한마음수련장 등을 짓는 등 교회 봉사에 열심한 이. 몸이 약하던 박씨가 8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들도 자연스레 성소자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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