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들의 권위의식, 독선적인 본당 운영 등등. 흔히 지적되는 「신자들이 바라는 사목자상」에 대해 본당신부와 솔직하게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얼마나 될까. 아니 과연 있을까 ?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부산 토현본당(주임=이성균 신부) 교리실 한켠에서는 이런 우려를 무색케 만드는 뜨거운 토론이 펼쳐진다. 토현본당이 3개월째 계속하고 있는 신자재교육의 장인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읽기 모임」.
『우리 신자들이 신앙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토대가 빈약하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신앙생활 중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습니다. 신자들이 스스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신자가 변해야 교회가 변하고 나아가 그것이 사회 속에 교회가 존속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같은 이성균 주임신부의 의지가 출발점이었다. 여기에 현대 신앙인들의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 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이고, 36년이 지난 이 문헌마저도 한국 신자들이 제대로 알지못하고 있다는데서 이 모임은 비롯됐다.
등록된 회원은 20여명. 처음 시도하는 것이어서 인원을 제한했다. 30대에서 6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본당신자는 물론이고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타본당 신자들과 정의평화위원회 등 교회단체 회원들도 있다.
교재(「산다는 것 되어간다는 것」 분도출판사)를 중심으로 매주 한주제씩 공부한다. 철저한 예습이 관건. 그래야 원활한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50분 가량 이신부가 용어 해설과 함께 교재 내용을 쉽게 풀어준다. 그 뒤 30여분간 그룹별 토론이 진행된다. 이어 종합된 의견 발표와 이신부의 마무리가 뒤따른다.
교구 정평위에서 활동한다는 오미경(아녜스)씨는 『마땅히 있어야 하고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신앙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되새겨 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균 주임신부는 『이번 경험을 통해 이러한 재교육 프로그램의 필요성은 검증된 셈』이라면서 다양한 요구들을 모아서 더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9월 4일 밤 8시, 토현성당 교리실. 「사제」와 「사제직무」에 대해 토론을 마친 신자들은 『우리 사회의 중산층화에 일조를 하는 사제』『평신도들의 삶에 대한 이해 노력이 부족하다』『강론이나 생활로써 감화를 주지 못한다』는 지적에서부터 『사제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동 책임이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견해들을 쏟아냈다.
밤 10시를 훨씬 넘긴 시각, 이날 토론과 발표의 마무리는 「사제들을 위한 기도」에 모아지고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룩한 사제직을 위해, 또 우리 신부님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입니다. 성모님의 도움을 간청하도록 합시다』 한 신자의 제안이 이어지는 동안 참가자들의 두 손은 어느새 가지런히 모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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