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교회의 의장 조셉 A. 피오렌자 주교는 9월 12일 워싱턴 교구청에서 거행된 추모미사에서 『이 날은 인류의 어두운 날』이라고 개탄하고 『우리는 폭력이 어느 정도까지 행사될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피오렌자 주교는 이날 미사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인용해 『어제는 인간의 존엄성을 엄청나게 훼손한, 인류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의 하나』라며 『그러나 신앙을 지닌 하느님의 백성들은 이런 엄청난 테러 앞에서도 하느님께로 돌아가려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에 앞서 11일 제임스 니콜슨 신임 교황청 주재 미국 대사와의 첫 알현 연설에서 『워싱턴과 뉴욕의 테러 공격 희생자들에 대한 전국적인 애도의 순간에 미국민의 슬픔에 동참하며 대통령과 시 당국, 구조와 생존자 지원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특별히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특별한 기도를 드린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이러한 비인간적인 행동이 전세계 모든 사람의 가슴에 폭력 수단을 거부하고 인류간의 증오와 분열을 조장하는 모든 것과 투쟁하며 연대와 정의와 평화를 최상의 이념으로 삼는 국제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확고한 의지가 일깨워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와는 별도로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전문에서 『이 비극적인 순간에 대통령과 미 국민들에게 깊은 슬픔을 전하며 기도 중에 기억할 것』이라며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에 희생자들을 맡기며 구조 작업을 지원하는 이들과 유가족들을 돌보아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가톨릭 교회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인 가운데 즉시 각 교구와 본당에서 기도회들을 연이어 개최했다. 테러 현장에서 무역센터의 붕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에드워드 이건 추기경은 무역센터 건물에서 불과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성 패트릭 성당에서 기도회와 미사를 거행하기도 했다.
미국 주교회의는 이날을 「국가 기도 추모의 날」로 지정하고 희생자와 유가족, 구조요원들을 위한 기도를 바쳐 줄 것을 요청하고 나아가 모두가 증오심을 버릴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동료 시민들이 하느님께 대한 신앙심을 쇄신하고 이번 비극의 원천이 되는 쓰디쓴 증오심으로부터 돌아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LA 교구장 로저 마호니 추기경도 성명을 발표해 『이번 파괴 행위는 인간의 기본권과 존엄성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고 개탄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추기경은 특히 국가 지도자들이 이 엄청난 범죄 행위에 적절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도록 지혜와 분별력을 내리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한편 LA 대교구는 11일자 공문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특별 구호 기금 모금 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이 구호기금의 일부는 LA에 있는 희생자들의 유족들을 지원하고 나머지는 뉴욕과 워싱턴 대교구로 직접 송금, 그 지역 교회에서 긴급 구호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테러는 국가와 종교, 인종을 막론하고 전세계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교황청과 이슬람 대화위원회 위원들은 테러 발생 즉시 공동 성명을 발표해 강경하게 비난하고 『이러한 폭력 행위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며 『평화의 참된 기초는 정의와 상호 존중』이라고 말했다.
▲ 희생자 위한 기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9월 14일 카스텔 간돌포에서 열린 일반 알현에서 미국의 테러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날 정오 희생자들을 위해 3분 동안 묵념을 했다.
▣ 각국 교회 반응
예루살렘의 미쉘 사바 라틴 전례 총대주교는 미국 주교단과 미 국민들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성지 예루살렘의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무죄한 이들을 잃은 여러분의 슬픔에 함께 한다』며 애도의 뜻을 전하면서 『이 경악스러운 범죄행위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교회의 의장이며 리용 교구장인 루이 마리 빌레 추기경은 『증오가 우리를 위협할 때 하느님께서 우리를 보호해주실 것』이라며 『하느님께서 정치적 결정을 하는 지도자들에게 지혜의 빛을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모임을 갖고 즉각 연대와 위로를 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WCC는 성명서에서 특별히 미국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하느님이 그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줄 것을 요청했다.
스위스 추르 교구장이자 유럽주교회의 의장인 아메데 그랍 주교는 평화와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요청하면서 『이러한 사건에 직면해서 우리는 잠시 멈추고 이런 비인간적이고 파괴적인 폭력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페루 주교회의 의장 밤바렌 가스테루멘디 주교는 『어떤 형태의 테러도 비난받아야 한다』며 『생명과 재산, 사회 평화를 해치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인도 주교회의 역시 12일 방갈로아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테러가 자유와 민주, 인권 정신을 날려버리려는 시도였다』고 비난했다.
필리핀 가톨릭교회는 9월 15일부터 희생자들을 위한 9일 기도를 시작했다. 주교회의 의장 올란도 퀘베도 대주교는 모든 필리핀 주교들에게 공문을 보내 각 교구에서 9일 기도를 바쳐줄 것을 요청했다. 퀘베도 대주교는 메시지에서 『모든 희생자들이 주님의 사랑안에서 위로를 찾기 바란다』며 『전세계가 보다 현명하고 정의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