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카자흐스탄과 아르메니아 순방길에 나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임박한 전쟁에 대해 우려하면서 평화와 협력에 의한 갈등 해결을 강조했다.
교황은 아프간 인근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인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9월 22일 거행된 미사 강론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그리스도인들과 이슬람 교도들이 단합함으로써 신앙인들간의 협력을 통해 평화와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아스타나 시내 「어머니의 조국 광장」에서 5만여명의 신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거행된 이날 미사에서 「사랑의 문명」을 창조하는 것이 두 종교인들의 의무라며 종교적 관용과 자비를 호소했다.
이날 미사가 거행된 광장 인근에는 미국의 테러 참사 여파로 유례 없이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가운데 카자흐스탄은 물론 러시아 등 인근 국가의 가톨릭 신자들과 일부 러시아 정교 및 이슬람 신자들도 참석해 인류의 참된 평화를 기원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9월 21일 저녁 아스타나 공항에 도착했다.
교황은 도착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테러 참사와 아프간 공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모든 갈등은 무력이 아니라 평화적 협상과 대화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항에는 누루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비롯해 가톨릭은 물론 러시아 정교회와 이슬람 등 각 종교의 지도자들이 모두 나와 교황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진 교황의 방문에 감사를 표시하면서 『오늘날처럼 이슬람과 그리스도교 세계간의 대화가 필요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스타나 시가지에는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경찰과 보안요원들이 물샐틈 없는 경비에 나선 가운데 특수 저격요원이 빌딩마다 배치되고 미사가 거행된 광장 상공에는 헬리콥터까지 떠 있었다.
한편 미국 ABC 방송은 교황의 순방이 끝나는 9월 27일까지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어떤 보복 공격도 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교황이 6일간의 카자흐스탄과 아르메니아 순방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다음주 목요일까지는 기다릴 것』이라며 『교황청이 미국으로부터 이같은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요아킨 나바로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부인하고 『미국 정부가 이에 관해 어떤 보장도 해준 바 없고 교황청도 이를 미국에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황은 카자흐스탄에 나흘 간 머문 뒤 25일부터 사흘 동안 아르메니아를 방문하고 교황청으로 돌아온다.
한편 카자흐스탄은 전체 주민 중 47%가 이슬람이고 44%는 정교회이며 가톨릭 신자는 불과 2%인 33만여명이다. 또 아르메니아는 정교회가 9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가톨릭 신자는 5% 안팎인 14만명을 약간 넘는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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