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군사 행동이 임박한 가운데 각국 가톨릭교회는 평화와 협력, 대화만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신중한 대응을 연이어 요청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프간에 대한 공격이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또 다른 테러들을 야기하지 않을까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슬람 전체 비난안돼
이탈리아 밀라노 대교구장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은 9월 21일 이탈리아의 한 일간지와 가진 회견에서 『한 국가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 교황청 동방교회성 장관 아킬레 실베스트리니 추기경은 이슬람 전체를 테러 관련자로 매도해 이들을 대상으로 군사적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실베스트리니 추기경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이슬람 전체를 비난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전체 이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온건한 이슬람교도들을 극단주의자들로 몰아넣는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주교회의도 이와 비슷한 경고를 하면서 보복과 응징 대신 정의와 화해,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주교회의는 『군사적 대응은 모든 가능한 정치적, 법적, 외교적 조치가 무산된 후에 선택해야 할 마지막 수단』이라며 『테러와의 전쟁이 자칫 더 큰 위험을 가져오고 갈등을 증폭시킴으로써 다음 세대에는 더 많은 갈등과 적을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키스탄 주교회의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실시된다면 파키스탄 내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테러가 이어질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도인 테러 우려
파키스탄 주교회의는 최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이같은 우려를 전하면서 미국이 폭력의 악순환을 증폭시키지 말 것을 요청했다.
주교회의는 9월 19일자로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세계 어느 곳에서든 더 이상의 무죄한 희생자들이 생겨나서는 안된다』며 『이는 오직 폭력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며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은 특히 대통령에게 『파키스탄내 그리스도인들의 생명과 재산을 완전하게 보장해달라』고 요청하고 『이들 극단주의자들의 첫 번째 목표는 바로 파키스탄 내의 그리스도교 공동체』라고 말했다.
보도에 의하면 파키스탄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만약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 정부를 지원할 경우 그리스도교 교회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서 파키스탄의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9월 15일 공동으로 미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내의 반 이슬람 감정과 관련해 이슬람 신자들을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건 추기경 등 참석
20여명의 미국 종교 지도자들은 9월 20일 부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생명의 존엄성과 공공선을 위한 책임이라는 도덕적 원칙을 바탕으로 한 대응을 호소했다.
이들 지도자들은 부시 대통령과 만난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침범이 아니라 침범을 받은 희생자들로서 이번 사태에 대응해야 하며 더 이상의 테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입장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에 가톨릭측에서는 보스톤 교구장인 버나드 F. 로 추기경과 뉴욕 교구장인 에드워드 M. 이건 추기경 등이 참석했다. 로 추기경은 『증오에 굴복하는 것은 테러분자들에게 패배하는 것』이라며 『이번 테러와 관련된 어떤 갈등도 정의롭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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