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십시오』 『손님, 무얼 드시겠습니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국도변에 위치한 조그마한 스파케티 전문점 「소울(Soul)」. 어눌하고 느릿한 말투지만 카페를 찾는 손님들에게 정중함을 잊지 않는 이곳 종업원들은 보통사람들(?)이 아니다. 정상인들을 만나고 그들을 위해 서비스하면서 세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용기있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다.
이곳은 바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사회통합을 위해 재활교육공간으로 마련한 곳. 대부분 취업이 안되거나 단순노동만 해왔던 장애인들의 고용도모와 직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정신지체인 자활센터인 「애덕의 집(경기도 고양시 벽제동 소재)」이 카페 문을 열었다.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이들 종업원 7명은 정신지체 2급에서 3급 장애인들이다.
이들이 친절한 서비스 정신을 익히고, 인사말을 배우고, 음식 나르고 서빙하는 방법을 익히는데 걸린 시간과 노력은 엄청났다. 정상인들이 며칠 정도면 거뜬히 해낼 수 있는 단순한 교육을 호텔 서비스교육 전문가로부터 1년 2개월 동안 받았다.
열마디 정도에 불과한 인사말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려 하루에도 수백번 「안녕하세요」「어서오세요」를 외쳤고, 발이 부어오르도록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컵을 엎지르지 않으려고 부단히 연습을 했다.
이들의 열심한 노력 덕분에 날이 갈수록 서비스가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손님이 쏟아지는 점심시간이면 여기저기서 실수를 연발하며 「죄송합니다」라며 겸연쩍은 웃음을 짓는다.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하고 그들을 격려해주는 것은 세상 밖으로 나온 장애인들을 위해 비장애인들이 베풀어야할 몫이다.
힘든 만큼 보람이 크다는 박소희(26)씨는 『주문받은걸 자꾸 잊어버려서 실수를 많이 하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이들은 「지배인이 되고싶다」「주방장이 되겠다」「좋은 사람만나서 시집가겠다」「부모님 여행시켜드리겠다」며 이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간다. 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왔고 힘든 일에 부딪치면 포기부터 했던 장애인들이 카페라는 「작은 사회」에서 사회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양제 원장수녀는 『장애인들이 정상인들의 그림자 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호기심이 아니라 장애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카페를 찾아주었으면 한다』며 진심어린 당부를 잊지 않는다.
※ 문의=(031)962-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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