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의 사적 속에 엘리야와 엘리사가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어 종교적으로나 윤리적으로 타락한 왕들을 회개시키고자 하는 엘리야 설화를 통해 신명기 사가의 중심사상인 하느님의 말씀은 반드시 실현됨을 보고자 한다.
북왕국의 아합왕은 띠로의 왕녀 이세벨을 왕비로 맞이한다. 그 결과 아합왕은 우상 숭배로 빠지고 예언자를 박해한다.
사렙다의 과부 이야기와 가르멜 산 위에서의 대결은 야훼께서 역사의 주인이시며 동시에 자연의 주인이심을, 야훼만이 참된 신(神)이심을 보여준다(17장).
엘리야는 백성들에게 야훼신앙을 다시 확인하며 참된 하느님과 거짓 신 바알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역설하고(18, 20~40), 『이스라엘은 오직 야훼께만 속한다』는 모세 이후의 원초적인 대(大) 명제(命題)를 위해 철저히 싸운다.
참된 예언자의 승리
야훼의 권능으로 450명이나 되는 바알의 예언자와 대결하여 비를 내리게 한 야훼 신앙의 기수 엘리야도, 막강한 권력자 이세벨로 인해 낙담과 피로에 지친 무력한 도망자로 드러난다. 그러나 엘리야는 40일간 사막의 여정 동안 하느님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무력함을 철저히 체험한다.
『밤낮으로 사십일을 걸어』, 40은 긴 세월을 가리키는 숫자이며 『고된』그의 길은 예언자의 길이기도 하다. 야훼께서 당신 영광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 『지나갈 때』 모세가 몸을 숨긴 바위(출애급 33, 22)를 연상케 하는 동굴에서 엘리야는 야훼를 만나 뵙는다. 엘리야의 소명에 관한 특별한 기사는 없지만 그의 생애 전체가 부르심과 응답의 삶이며 호렙산에서의 이 만남은 엘리야의 하느님 만남과 응답의 참된 면모를 보여준다. 그가 하느님을 만나 뵙지만 강풍, 지진, 불 가운데가 아니라 '여린 소리'를 통하여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대면한다. 그리고 엘리야가 깊은 영성에 도달한 것은 자신 만만했던 승리의 가르멜 산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무력을 철저히 체험한 호렙산이었다(19장).
이 설화는 모세의 발현 상황과 비슷한 점에서 엘리야가 제2의 모세로 부각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여기서 주는 의미는 문명사회가 야훼 신앙을 앗아간 사실을 일깨우면서 이스라엘이 야훼의 사랑을 처음으로 체험했던 사막으로 이끌어줌으로서 신앙의 원천으로 돌아가게 한다.
엘리야는 엘리사를 후계자로 임명하라는 야훼의 말씀을 받들어 황소 열두 쌍으로 밭갈이하는 엘리사에게 자신의 인격과 능역을 대변하는 겉옷을 걸쳐 주는 행위로써 정식 후계자로 따르게 했다(19, 19~21)
권력자의 불의에 대항
나봇의 포도원 사건은 이스라엘의 전통적 사회 평등제도가 완전히 붕괴되고 권력자의 불의가 합법적으로 자행되고 있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엘리야는 이스라엘 고유의 계약신앙에 근거한 사회정의, 곧 하느님 앞에 모든 이가 평등하다는 신념으로 왕도 가차없이 규탄하며, 왕실의 횡포에 대항하여 약자들의 인권을 위해 대변자의 역할을 한다.
나봇이 왕의 청을 거절한 것은 야훼만이 이스라엘의 주인이시고 땅의 주인이시므로 국왕이라도 백성의 생명과 재산은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확인해 주셨다. 그러나 이방사회에서 온 이세벨은 교활한 범죄 행위로 합법화하며 나봇의 땅을 탈취한다. 계약 공동체의 성원의 정의가 권력자에게 이렇게 짓밟힐 때 야훼께서는 엘리야를 통해 개입하시어 약하고 힘없는 자를 옹호하고 아합왕에게는 심판을 선언한다.
22장은 미가 예언자가 아람 족과의 전쟁을 만류하지만 400여 명이나 되는 거짓 예언자들의 말을 듣고 전쟁터에서 최후를 맞는 아합왕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거짓예언자와 참 예언자의 구분을 분명히 하면서 1열왕기를 마감한다.
하느님을 섬기는 나의 태도는 전적으로 주님께 신뢰하는가? 아니면 엘리야가 꾸짖듯이 하느님과 세상을 함께 선택하면서 필요에 따라 취하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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