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카롤링 왕조시대의 교회와 영성
6) 요한 스코뚜스의 영성
850년 경 일명 에리(우)게나(Eriugena)라고도 불리는 요한이라는 성직자(적어도 부제급의 성직자였을 것으로 보인다)가 대머리 샤를르 황제의 궁전에 출현하였다. 그는 아일랜드 사람으로서 작품을 쓰고 그리스 사상서들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고유한 학문적 체계를 세우고 있었다.
그는 여러 작품들을 남겼으나 분실되어 소수의 몇 권만 전해지고 있다. 여기서는 그가 영성 역사에 영향을 끼친 하느님의 지식에 관한 부분을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그의 일생은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또는 신적 독서)와 수행과 학문 연구를 통하여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염원으로 차있었다. 하느님은 위대한 분이므로 그분을 알기 위해서 영혼은 '보다 높은 지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인간 편에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빛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 단계인데, 이를 그는 '더 높은 이론'이나 신학적 관상이라고 하였다. 영혼이 단순한 신앙에서 지혜에 이르기 위해서는 성경의 말씀과 피조물을 넘어 그 안에 숨어 있는 것(실재)들을 찾아내고 식별해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단계인데, 이를 위한 준비로는 인간의 이성이 정화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이성이 하느님 안에서 깨끗하게 정화되지 않으면 사물과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성이 신앙에 의해 정화된 상태를 말한다.
그 다음은 하느님으로부터 초자연적 지식을 받는 단계인데, 이는 부족하고 죄스런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빛을 받아야한다(조명의 단계). 그것은 첫 번째 단계에서 시작되는 수행, 거룩한 독서, 연구를 통하여 이성을 정화시킨 후에 이루어진다. 이상의 세 단계를 기술하기 위하여 그는 위디오니시오의 방법을 도입하였다.
여기에는 하느님에 대하여 기술하는 두 가지 신학적 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긍정적인 방법으로서 하느님의 활동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모두 창조주에게 적용시키는 것이고, 두번째는 부정적 방법으로서 피조물 안에 내재하는 모든 한계성과 피조물에 대하여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느님에 대하여 부정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만물을 초월하여 계신다. 그분은 최고의 선함과 진리이시다. 그는 최고로 높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부사를 붙여 하느님께 초본질적이라는 말을 쓰기도 하였다. 하느님을 충분히 알기 위해서는 성찰과 은총이 필수적이며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다.
하느님은 모든 창조의 원리이시다. 그러므로 원인들 중의 시작이시므로(始原的 원인들) 원인들을 통하여 피조물 안으로 들어오신다. 이 시원적 원인들은 하느님의 탁월성 안에 있는 위계적 질서에 따라 참여하게 된다. 이것들은 우리가 하느님에 대하여 긍정할 수 있는 선, 존재, 이성, 진리, 영원성 등이다. 말씀이신 그리스도는 이것들의 원리이시다. 그것들은 중심에서 나오는 빛처럼 그분 안에 일치되어 있다.
요한 스코뚜스의 사상은 신앙에 바탕을 둔 일종의 주지주의(主知主義)로서 그 당시 사람들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끌어 올려 정신을 고양시키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실천하기 어려운 이론이었으며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그리스 사상을 번역하여 라틴 교회에 소개하고 고유한 사상을 전개한 점은 독창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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