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성
지구 생태계의 위기가 나타나면서 교회 안에서나 밖에서나 영적으로 새로운 방향과 창조적 비전을 찾으려는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긍정적인 점은 이 지구가 정보 하이웨이 인터넷을 통해서 지구 전체를 "외적으로" 신경화하면 할수록 떼이야르 샤르뎅 신부님의 비전처럼 사람들은 더욱 더 "내적으로" 영성화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사회와 생태와 인간의 삶을 연결시킬 수 있는 전일적인 영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대적 징표나 변화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그다지 중요하게 보지 않았던 시대, 중세에 대한 관심 특히 12세기 힐데가르트의 영성에 대한 관심이 오늘날 상당히 높아졌다.
힐데가르트가 살았던 그 당시 중세는 시대를 가르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감겨 있었고, 힐데가르트의 영성은 그 이후의 주된 흐름에서 밀려있었을 뿐만 아니라 힐데가르트의 많은 글과 노래와 그림이 거의 8세기 동안 응달에 묻혀 있었다. 늦게나마 다양하고 풍부하게 오늘날 그녀의 영성을 우리의 실제 삶에 끌어 당겨 보려 한다. 물론 많은 부분이 21세기의 현대인에겐 낯선 12세기의 세계와 가치관을 담고 있고, 또 그와 결합된 상징과 표현을 쓰고 있지만 그 영성과 접근법이 현대의 문제들을 치유할 수 있는 관건이 되고 있다.
현재에 시사하는 영성적인 틀과 내용들을 살펴본다.
초월(超越)과 내재(內在)의 통합
힐데가르트 영성의 바탕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신학적으로 초월성과 내재성의 문제를 모든 것을 주재하는 초월적인 하느님, 그러나 창조 안에서 세상의 모든 것 안에서 서로 연대하여 이어가도록 일깨우는 잠재력, 사랑으로 작용함을 전하는 사랑의 영성, 사랑의 신학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를 위하여 사람으로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면서 그 분이 이 세상 삶에서 겪은 고통과 수난을 강조하게 되고, 그것이 우선적으로 이 세상을 죄악시하였던 경향, 그리고 인간의 죄과 때문에 그 구원을 위하여 수난을 당했다는 것이 또한 경건한 신앙생활에서 '개인적인 죄과'를 몰아치는 경향에 대비해서 사랑으로 세상을 창조하신 전능한 분이 창조에 담아준 사랑을 강조한다.
삼위일체의 신앙에 근거해서 영과 초월적인 것만이 아니라 창조의 모든 것, 온 우주 안에 당신의 숨결, 신성이 잠재해 있음을 전한다.
삼위가 하나이듯이 모든 것이 홀로 떨어져 머물지 않고 서로 일치하여 작용하기를 열정적으로 바라는 사랑, 한 처음에 창조의 근원이었고 또 육화의 원인으로 사랑을 구현하였던 이 사랑은 또한 다양한 형태로 만물 안에서 작용하며 전체 안에서 개별 창조물이, 또한 창조 전체가 완성에 이르도록 한다.
그러므로 이렇게 창조의 완성을 향하는 것이 도덕적인 의무나 보속이 아니라 대화이며 기쁨이다. 그리고 어떤 상태에서도 사랑으로 다시 일깨워지는 것, 이성으로만이 아니라 감각으로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다양한 형태로 이렇게 잠재되어 있는 신성을 깨닫고 작용하도록 일깨워지는 것이 곧 은총이다.
창조의 내적 연대성
이 사랑의 영성은 그러므로 창조의 세계에 대한 경외감과 긍정을 포함하며 창조의 세계가, 모든 창조물이 하나로 규정된 질서 안에서 서로 내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우주적인 연대성을 일깨운다. 소우주-대우주의 원리에서처럼 모든 창조물이 공통의 기본요소로 이루어졌고 인간은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우주와 결합되어 있다. 유사성을 지녔다는 것을 넘어서서 상호의존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영혼과 육체의 조화로운 합일
인간의 몸과 영혼의 관계에서 볼 때 이는 창조의 세계를 경외하듯 영혼만이 아니라 몸을 경외하고 긍정하도록 한다. 힐데가르트는 특히 하느님 육화의 신비로부터 연결하여 몸의 귀함을 더욱 강조한다. 하느님의 육화가 인간의 원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영원으로부터 정해진 것이며 하느님의 사랑이 그 살을 뜨겁게 사랑하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몸과 영혼 또한 서로 받쳐주고 조화되는 관계이며 이렇게 조화롭게 일치할 때에 창조의 완성을 향하여 기쁨으로 최상의 녹을 받는다.
창조의 뜻, 소우주
-대우주 대화의 통로, 조화로 이끄는 공동의 안내자: 이성과 감각
창조를 통해서 창조주를 볼 수 있고, 영혼, 이성만이 아니라 몸의 감각을 통해서 창조주의 뜻을 알 수 있다는 것을 힐데가르트는 실제로 색과 소리와 상징으로 통찰하고 설명했다.
인간과 우주, 이 모든 세계에 공통되게 맥이 뛰게 하는 것이 녹색의 생명력(viriditas)이다.
태양으로부터 생성되는 푸르름이 태양빛과 수분을 담아 색을 바꾸어가며 열매를 맺듯이 하느님의 사랑의 힘이 배어있는 이 푸르름은 자연과 인간의 몸과 영혼 모두에서 생명을 낳고 키우고 열매맺게 한다. 이것은 곧 창조주의 사랑으로 정해 준 전체 질서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보고 인정하며 전체와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힐데가르트에게선 덕(德)도 푸르다. 덕은 단순히 도덕적인 면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를 넘어서서 전체와의 연결, 전체 창조를 완성하는 구원과 관련된다. 그래서 이렇게 전체 질서와 내적인 질서를 연결하고 균형 있게 유지하도록 세고 재고 달아서 적당한 정도를 찾는 것과 이를 지혜롭게 구분하는 식별이 가장 중요한 덕이다. 그리고 이렇게 구분하고 적당한 정도를 찾아 푸른 생명력에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곧 건강이다.
창조는 「조화의 교향곡」이라는 것이 모든 창조물이 원 음향인 창조주의 숨길을 나누어 받았고 교향곡을 이루는 하나의 음으로써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여서 각자 고유의 음을 알아내고 스스로 울려 전체 화음에 자리잡도록 하는 것, 음악은 이 원래의 근원을 기억해서 영혼을 울려 이 전체 안에서 자신을 쇄신하도록 함으로써 영혼을 치유하고 몸을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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