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총장=이한택 신부)와 독일 가톨릭사회과학연구소(소장=안톤 라우셔 신부)가 공동 주최한 가운데 안톤 라우셔 신부를 비롯 뮌헨대 위르겐 슈바르쯔 교수, 트리어대 볼프강 오켄필스 교수, 전 인천가톨릭대 총장 최기복 신부, 가톨릭대 류경촌 신부, 서강대 박종대 교수, 서울대 전인영 교수, 전 김일성대학교 교수 조명철 박사 등 독일과 한국 학자 각각 10여명이 발표와 토론을 준비한 세미나는 독일의 분단 통일 경험을 토대로 한국의 통일 준비 현황을 점검해보고 대안을 모색한 기회였다.
세미나를 통해 참석자들은 『통일 당시 동독은 경제적으로 동구권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서독은 생산성 높은 경제구조와 고도로 발달된 사회간접자본, 교육, 의료 및 주거시설 등 거의 완벽한 선진국이었음에도 통일후 물가상승, 실업률 증가, 주택난 등 많은 사회적 경제적 후유증을 앓고 있음을 감안, 한국은 보다 현실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준비를 통해 발생 가능한 사회 경제적 혼란과 충격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교회와 종교단체의 기여」부분과 관련, 발표 및 토론에 참가한 학자들은 『독일의 경우 전혀 이질적인 체제속에서 40년이상 굳어진 삶의 방식들은 엄청난 괴리를 불러올 것이고 사회통합 실현에 실제적 장애가 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한반도 통일시에도 분명히 두드러 질 것이라는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를 최소화 하는데 있어 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류경촌 신부는 「통일한국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JPIC(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적 기여」 주제 발표를 통해 「교회가 가장 먼저 할 수 있고 해야 할 부문은 신자들의 의식화」라면서 『교회 구성원 스스로의 의식화가 제대로 되면 일반 사회에까지 그 효과가 자연스럽게 파급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마음 한몸운동」을 통일 한국을 위한 남한교회의 JPIC적 상징적 기여라고 제시한 류신부는 『이 운동을 통해 현재까지 총 50억여원의 성금이 북한에 전달됐지만 개개 신자들 의식속에 한몸 의식이 얼마나 투철하게 각인됐는지는 여전한 숙제』라고 지적, 『교회가 이런 의식 강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느냐 하는 것도 묻지 않을 수 없고, 그런 면에서 냉철한 자기비판과 끊임없는 복음적 헌신에 대한 노력이 계속 필요하다』고 밝혔다.
■ 한·독 학술대회 참가 안톤 라우셔 신부
“한국교회가‘화해’주도해야”
▲ 안톤 라우셔 신부
제3차 한·독 학술대회에서 「통일 독일의 가톨릭교회」 주제 발표를 한 안톤라우셔 신부(73·독일 가톨릭사회과학연구소장·예수회)는 『분단 체제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문화적 통합 화해 일치를 구하는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이해관계나 이데올로기적 방법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종교와 전통은 새로운 인간사와 사회상을 발전시키기 위한 꼭 필요한 기둥』이라고 말했다.
라우셔 신부는 63년부터 독일 가톨릭 사회과학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통일 독일의 가톨릭교회 역할을 연구해 온 석학. 개인적으로도 한국에 관심이 크다는 그는 『매스컴 등을 통해 한국교회가 통일을 위한 남북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았다』면서 『독일의 경우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교회가 중요한 몫을 할 수 있을 만큼 동서독간 종교적 기반이 확고했던 반면, 북한은 종교적 자유를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본적 차이는 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 또한 어떻게 가치관을 다시 일깨울 것인가 하는 것은 모든 교회의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통독후 독일가톨릭교회가 사목적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도 바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잃어버린 가치관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통일 독일에서 교회가 냉담한 신자나 무신론자들에게 강한 매력을 발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는 선교열이 식고 세속화 개인주의와 맞서야 하는 유럽교회 전체 현실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라우셔 신부는 『한국교회가 이런 부분에서는 오히려 저항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이미 입증되었다』면서 『인간존엄성을 바탕에 둔 화해와 인간성 회복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 수 있는 희망은 한국교회와 신자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라우셔 신부의 발표에서 제시된 내용중 염두에 둘 수 있는 것 한가지. 재통일 시기를 준비하면서 「자본주의 우선, 사회복지 국가는 그 다음」이라는 사고는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야 한다는 것. 국가는 꼭 필요한 기본조건을 마련하고 처음부터 경제적인 측면과 인간 가치가 중시되는 정의로운 사회질서가 함께 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