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방법에는 가두선교, 새로운 가족 찾기 등의 직접 선교와 다양한 사회, 문화 활동을 통한 간접선교가 있다. 어느 한가지 등한시 할 수 없는 우리 교회의 중요한 선교 활성화 자원이다. 교회 관계자들은 직접적인 선교 활동도 중요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비춰볼 때 간접 선교 활동이 점차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각 교구와 본당들의 선교운동이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선교 활로를 모색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의 정신을 이 땅에 효율적으로 구현하고 전파하는 대안으로 사회, 문화 활동을 통한 간접선교가 향후 중요한 역할과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이미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예견된 바 있다. 문헌에서는 문화에 대한 중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예를 들어 성음악과 성미술 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등이다. 또한 한국교회의 경우 지난 94년 '한국 천주교회 사목 지침서'에서 "모든 사목자는 저소득층과 소외된 사람들이 기본적인 문화혜택을 받도록 노력해야 하고 문화유산을 소중히 보존하면서 효과적으로 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전통 종교와 문화를 토착화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것이 개별교회에서 어떻게 실천되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교회에는 아직 제대로 된 성미술 박물관도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문화 복음화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누차 강조돼 왔지만, 이에 대한 교회 차원의 실천과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유럽 교회의 경우 교회 문화가 바로 유럽의 역사를 대변한다. 유럽 교회의 각종 성화, 유물 등은 그 나라의 자랑거리이자 위대한 국가 유산이다. 이러한 풍요로운 문화적 자산들이 가톨릭을 널리 전하는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 한국 교회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정신적 빈곤 퇴치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정웅모 신부는 "한국 교회는 그동안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정신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데는 미흡했다"고 설명하고 "좋은 문화가 넘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직자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신교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문화 창작 활동을 통한 선교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난 90년 세계 어린이 복음화와 문화 선교를 위해 초교파적으로 창단된 인형극 선교단 '사슴과 시냇물'을 비롯해 춤의 아름다움을 통해 선교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조승미 발레단, 세계태권선교회 등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펼쳐 나오고 있다.
이들 선교단체의 특징은 개신교적 색채를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대한 선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단체를 각 교회가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와 함께 불교 조계종은 최근 서울 종로 조계사 옆에 650억원을 들여 불교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가톨릭 교회 내에도 개신교나 불교 못지 않게 풍부한 전문 인력과 단체들이 활동중이다. 아울러 교회 문화를 알리기 위한 일부 교구나 본당 차원의 노력도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교구가 운영하는 평화화랑의 경우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매년 4만명 정도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서울 명동주교좌 성당에서 지역민과 직장인들을 위해 마련하고 있는 한낮의 음악회 등도 가톨릭을 알리는 간접 선교의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이밖에 영화, 출판, 음악, 미술 등 교회 여러 분야에서 이러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교회가 얼마만큼 열정과 관심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문화적 갈증을 가진 많은 이들을 교회로 초대할 수 있고, 나아가 그리스도의 사상과 교회 문화를 소개하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이런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교회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시각과 의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개신교나 불교에 비해 문화 건설에 쏟는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교회 한 관계자는 "절두산, 오륜대 등에 순교자 박물관 등이 있지만 박해시대 이후 우리 교회의 문화를 아우를 수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없다"고 설명하고 "교회가 문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문화 복음화 구현에 최우선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곧 죄악과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이 땅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창조하고 가톨릭 문화 복음화를 이룩해나가는 토대임에 틀림없다.
향후 교회 문화를 제대로 꽃피우기 위해서는 여러 대안이 필요하다. 우선 기존 전문 인력의 활용과 지원 육성이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 가운데 재능있는 전문가들을 발굴, 지원해 교회의 인재로 양성해야 한다. 또 교회 내 문화 예술 관련 전문가들의 모임을 보다 활성화하고 이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며 교회에 봉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각 교구와 본당은 문화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별도의 문화 예산 항목을 신설해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끊임없이 불러모으며 그리스도의 사상과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유럽교회의 노력과 관심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당장의 선교 성과가 드러나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보다 더 자연스럽고 좋은 선교의 장도 없다. 앞으로 한국교회 구성원이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의 문화적 유산을 계승, 발전시키려는데 힘을 모은다면 훌륭한 간접 선교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 문화 복음화 역꾼 ‘신상옥과 형제들’
“주님의 사랑과 말씀 음악으로 널리 전파”
▲ 생활음악 연구소장이자 '신상옥과 형제들'이란 복음성가 그룹을 결성한 신상옥씨.
생활음악 연구소장이자 신상옥과 형제들이란 가톨릭복음성가 그룹을 결성한 신상옥(안드레아)씨는 그동안 1200회의 국내외 공연을 펼치며 선교 일꾼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이중 300회는 신자들이 아닌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을 만큼 가톨릭을 알리는데 최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신소장은 주님께서 주신 탈렌트를 십분 발휘해 많은 이웃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바로 선교란 사명감으로 활동해왔다고.
"저도 공연을 하면서 항상 새롭게 주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이런 주님에 대한 체험과 열정을 관객들과 함께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93년 신상옥과 형제들을 창단한 신소장은 임쓰신 가시관(86년), 내발을 씻기신 예수(90년), 고인의 기도(93년), 예루살렘 예루살렘아(94년) 등 다수의 창작곡을 발표하며 교회 내 생활성가 정착에 매진해왔다.
또한 98년에는 이 땅에 주님의 아름다우심을 증거하고, 교회의 생활음악과 사회에 기여할 건전한 노래 개발을 취지로 생활음악연구소장에 취임했다. 인천교구 박유진 신부가 대표 지도 신부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이 연구소는 새로운 천년에 음악을 통해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현재 △성가 열린 음악회 △음악피정 △각 본당 순회공연 △새 앨범 준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음악 피정 등의 교육을 실시해 젊은 인재를 양성, 음악을 통한 선교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잦은 국내외 공연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신소장은 앞으로 이러한 활동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교회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선교 일꾼이란 소명감을 가지고 계속 활동해나갈 각오입니다. 신자분들의 관심과 애정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 교회와 지역 사회 안에서 주님의 노래가 드높게 울려 퍼질 수 있을 것입니다"
▣ 문화복음화란?
문화적 요소 없는 선교는 사람들 시선 끌기 힘들어
새 천년기를 정보화 시대 또는 문화의 시대라 일컫는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할 때 교회 문화 건설이야말로 이 땅의 복음화에 중요한 토대이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부여하신 선교 활동을 오늘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있어 그만큼 문화선교의 비중과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이런 문화적 요소들이 병행되지 않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힘들다는 점에서, 직접 선교활동과 더불어 이러한 문화 선교를 통한 간접 선교 활동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교회가 왜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통한 복음화에 기여해야 하는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헌장'과 '사목헌장'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에 잘 드러난다.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어두운 실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아름다움을 필요로 한다. 미(美)도 진리와 마찬가지로 인간 마음속에 기쁨을 안겨주고 시대를 초월해 각 세대를 감탄속에 일치시키고 연결시키는 고귀한 열매인 것이다"라고 지적돼 있다.
또한 전례헌장 129항에는 특히 성직자들에게 성미술 등의 교회 문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공부를 요청하고 있는데 "성직자들은 철학이나 신학을 공부하는 동안 성미술의 역사와 그 발전에 대해 또한 성미술품의 발판으로 알아야 할 건전한 원리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성교회의 신성한 기념물들을 존중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