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작은 기적을 체험한 선교
저는 2년 동안 제주 광양본당 레지오 단원으로 있으면서 고등부 2학년 교리 교사를 잠시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올해 3월 남편의 직장 관계로 대구로 이사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천주교 가두선교 본부가 있는 대구 지산 본당으로 교적을 옮기게 되었고, 여성 복사부와 전례부에 들어가서 활동을 하면서 레지오 단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희 본당은 가두선교 본당인 만큼 선교 활동에 열심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열심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맡게된 레지오 단원들도 노인이 많았고 선교 열성의 모범을 보여준 전 단장이 이사를 간 후 모두가 침체된 분위기였습니다. 단원들은 저에게 "가두선교는 하는 사람들이나 하지 우리는 말주변이 없어서 전혀 하지 못합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밖에 없어요" 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런 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보여 드리며 저희 레지오 팀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선교는 젊은 단원만 할 수 있다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뜨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열고 그들과 신앙의 대화도 나누고, 그들의 사정 얘기도 들어주며 무엇보다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사랑으로 단원들을 모셨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그 분들은 저를 만나서 『우리 새 단장님이 마음에 쏘옥 들어서 무엇이든지 힘이 닿는데 까지 돕겠어요』하며 저의 손을 잡아주시며 저를 신뢰하고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원들에게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나이가 많고 그 숫자가 적더라도 마음이 강하고 일치단결 했을 때, 흐트러진 수백 수 만 명의 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해 가며 우리 단원 모두가 성모님의 군대로서 강건한 믿음과 사랑으로 일치 단결하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가두선교를 나가기 전에 제가 먼저 장소를 물색해 보고 현지 사람들의 반응도를 조사해 보기 위해 대구 중심거리에 있는 국채보상공원을 선택해서 현장 답사를 해보았습니다.
그곳은 약간의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위해 쉬러 나온 분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먼저 선교해 보니 아주 반응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곳은 저희 본당과 거리가 꽤 먼 곳이어서 차를 타고 가야만 했습니다.
며칠 후에 단원들과 막상 선교를 하려나서는데 몹시 긴장이 되시는지 단원 한 분이 『단장님, 우리가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가슴이 마구 떨립니다』 하면서 몹시 근심 어린 표정을 지으며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주님께서 모두 계획하신 일이라고 격려하며 안심시켜 드리고는 공원까지 가는 동안 모두가 오늘 선교를 위해서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가도록 했습니다.
드디어 도착 했습니다. 그 곳은 여러 층의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먼저 제가 선교의 시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의 활동을 지켜보고 있던 단원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얘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해 보자고 권했습니다.
각자 흩어져서 활동을 했습니다. 저는 단원들의 모습을 뒤에서 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의외로 연세 드신 분들이 주는 꾸밈없이 푸근하고 자상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한 남자 분에게 책을 내밀며 『지산성당에서 나왔습니다. 이 책 선물로 드리고 싶은데 한 번 읽어보시겠습니까?』라고 했더니 그 분은 『성당에서도 이런 일 하십니까?』하며 책을 받고서 천주교에 관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소개서」를 기꺼이 써 주고는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뒤 주변을 살펴보니 한 아주머니가 의자에 앉아서 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가서 정중하게 인사드린 후 저는 『혹시 종교를 가지고 계십니까?』라고 물어 보았더니 『불교 신자입니다』하면서 책을 받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불교면 어떻습니까? 이 책 한 번 읽어보신다고 부처님께서 화내시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농담을 하면서 『저도 천주교 신자이지만 스님들의 좋은 말씀이 있으면 찾아가서 강연을 듣습니다』하며 활짝 웃었더니 그 분은 서서히 저를 편안하게 받아 들였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3대 째 불교신자로서 아주 불도가 센 집안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살아온 인생 이야기까지 쭉 늘어놓았습니다.
서로 대화를 한 지 5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50평생이 넘도록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개종을 권유했지만 한 번도 넘어가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오늘은 나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입니다. 새댁 따라 성당 한 번 가보지요. 신부님 말씀은 어떤지 궁금해 지네요』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마음속으로 『주님, 감사합니다. 이것은 정녕 주님의 뜻이옵니다』하며 거듭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 분은 8월 31일에 입교를 해서 매주 목요일 저녁 교리반에 나오고 있습니다.
단원들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천주교를 믿게 된 일이요』하며 열심히 책을 전하고 「자기소개서」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 날 저와 노인 단원 2명이 나가서 80명에게 안내 책을 전하고 66명에게서 「자기소개서」를 받았습니다. 작은 기적을 모두 체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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