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성
건강, 전체 창조질서 안에서의 조화
힐데가르트가 건강에 많은 관심을 쏟았던 것도 이런 영성적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전체 질서 안에서의 흐름에 개방적이고 깨어 있으며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함의 특징이다. 건강한 이는 다가오는 것을 막지 않고 깨어 준비하면서 기다린다. 힐데가르트에게서 병은, 정도를 잃은 생활방식으로 전체 창조물을 하나의 생명 질서로 연결해 준 전체 질서에 내적인 질서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증상의 치료만이 아니라 전체 질서와의 관련하에서 몸과 영혼이 이 전체 질서에 있는 녹색 생명력, viriditas에 다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1. 사랑 : 창조의 힘, 창조를 이어가고 완성하도록 하는 근원
힐데가르트에게 있어서 세상을 창조하고 또 그 창조의 뜻을 완성하도록 이어가고 구원하는 원리, 근원은 사랑이다.
사랑의 근본은 삼위일체의 신비로 규정된다 : 아버지이신 원 음향(原音響) 안에, 아들이신 말씀의 음(音) 안에, 그리고 불타는 이성이신 하느님의 숨결 안에서. 사랑은 모든 것에 넘쳐 흐른다.
사랑은 『아버지의 심장을 호흡하는 가장 내적인 힘』이며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어 오시는 구원의 열매로써 우리에게 나타난다. 사랑의 물줄기는 모든 존재에 넘쳐 흐른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에, 모든 자연에, 사랑의 불, 불과 같은 정신이 부어진다. 『저 깊은 심연으로부터 가장 밝은 별에까지』사랑이 서로 조화롭게 일치되도록 끓어 오르게 한다.
사랑은 이렇게 물이고 불이고 또한 입김이다. 모든 것이 치유되고 구원되길 바라는 창조주의 사랑이 온 세상에 불어 넣어준 「성스러운 영의 입김」이고, 창조의 세계, 각 창조물의 중심에서 세고 달고 지어서 전체를 질서지운 창조주, 지혜를 전달하는 이성이며 또한 관계를 이루고, 조화로운 일치를 이루고 생명을 배태하도록 이끄는 원초적인 힘이다.
사랑은 창조와 구원의 원리이다. 사랑이 바로 창조작업의 첫 번째 근원이며 육화의 근원이다. 이 원초적인 사랑의 힘으로만 창조가, 모든 관계를 이루고 생명(존재)을 배태하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 사랑은 홀로 머물지 않는다. 사랑은 날개를 얻는다. 사랑은 거룩한 생명(vita integra)으로부터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구원하도록 몰아쳐져서 조화롭게 규정된 세상의 노래에 흘러 들어가는 불타는 이성이 되었다. 불타는 이성의 근원에서 정신이 꽃피고 세상이 변화한다.
2. 우주론 : 모든 창조의 내적 연대성
현대에 크고 중요하게 부각되는 부분이 모든 창조에 배어 있고 완성으로 이끄는 사랑의 영성에 수반하는 우주론적인 시각이다. 인간에게만이 아니라 창조 전체로 확대되는 사랑의 관계가 전체 창조 질서 안에서 세계 모든 것이, 인간과 세계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힐데가르트는 강조한다.
a. 소우주-대우주
우주, 세계의 생성이 인간 신체와 유기적인 연관하에서, 그리고 시간(달)과의 유기적인 연관하에서 인간 삶의 단계가 전개된다.
대우주는 인간 안에 작은 우주와 상응한다. 우주와 사람은 같은 질서 안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앎으로써만 세상을 알 수 있고 사람은 자신이 우주와 연계되어 있음을 생각할 수 있어야 자신 내면의 신비를 엿볼 수 있다.
달이 태양으로부터 빛과 광채를 받아 빛을 비추듯이 인간 또한 자신을 펼쳐가기 위해 태양빛이 필요하다.
이 소우주-대우주의 사고에 따르면 인간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우주와 결합되어 있다. 유사성을 지녔다는 것을 넘어서서 상호의존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모든 창조물은 서로 다른 것들과 연계되어 있다. 모든 존재는 서로 다른 존재를 통해 유지된다'(LDO 53).
어느 것도 고립해서 존재하지 않고 다른 것과 연결해서 작용한다. 인간만이 아니라 식물, 심지어 광물까지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창조는 서로 의존하고 연결하며 각각의 요구에 따라 응답하듯 대화하며 살아 있는 전체이다. 「하느님의 질서 안에있는 것들은 모두 서로 응답한다」(LDO 94).
b. 세상에 대한 긍정
힐데가르트는 자신의 저술에서 이 모티브, 「세상에의 긍정」을 아주 집중적으로 강하게 언급한다.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기 때문에 세상은 그 분의 광채로 빛난다. 어떤 창조물에나 하느님의 광채가 담겨 있고 창조를 통해 그 분을 볼 수 있다. 세상을 보고 땅을 관찰하고 모든 창조물을 사랑하면서 하느님의 신비를 보는 눈이 열린다.
육체를 지니고 인간은 땅위에, 눈에 보이는 세계에 살며 거기에 뿌리내리고 있다. 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므로 전심으로 이 세상을 긍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힐데가르트는 이 생각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표현한다.
인간은 세상에 주어졌다. 세상에서 떼어질 수 없다. 그러므로 세상을 경시해서는 안된다. 세상을 멀리하고 돌보지 않아도 안된다. 이런 것들을 통해 인간은 삶의 발판을 얻고 하느님의 선함과 치유의 손길, 가까움을 경험할 수 있다. 만일 인간이 세상을 멀리하고 돌보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는 창조주 앞에서 멀리하는 것이다.
중세에 이렇게 분명하고 단호하게 「인간이 땅에 주어졌음」을 말한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에게 육체와 세상에 대해 긍정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이 인간의 특별한 생존을 구성하며 이를 부정하거나 경시하면 벌받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