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혼란과 개혁시대에 일어난 영성
1)그리스도인 기사들
기사(騎士)는 중세기에 활동한 직업적인 기마 전사로서 일부는 영주에게서 봉토를 받고 군역 의무를 제공하던 봉신이었다. 기사 제도가 발전하면서 교회 안에서 이상적인 기사상이 제시되고 널리 확산되었다. 교회를 존중하고 영주와 군대의 상관에게 충성하며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이들이 이상적인 그리스도인 기사형이었다. 이런 이상에 가까운 기사들이 나타난 것은 11세기말부터 유럽 그리스도교 세계의 기사들이 교회를 보호한다는 공동 대의 아래 모였던 십자군 전쟁 때였다. 이들은 직접적인 그리스도교 영성보다는 윤리를 강조하여 덕행을 닦도록 지도하였다. 그 이유는 혼란한 시기에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교회는 이를 성취하기 위하여 이미 실행되고 있던 봉건제도를 이용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충성의 도덕적 의미에 역점을 두어 종교적인 가치를 주려고 노력하였다.
하느님의 휴전(일정한 기간에 전투 행위를 금하는 규정)과 평화와 같은 관습들도 사람들의 생활에 자선을 행하고 그것에 습관을 들이는 데 기여하였다. 그리하여 조금씩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연대감이 형성되어 그리스도인 기사도를 이루는 데 공헌하였다. 10세기말경 교회는 기사 군대를 축복하기도 하였다.
수뜨리의 보니조(+1099) 주교는 '그리스도인 생활'이란 책에서 영주를 보호하고 그들과 함께 신앙을 유지하며 공공복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칠 군인들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들의 임무는 과부와 고아를 보호하고 이단자들과 분리자들에 대항하여 싸우는 것이었다. 보니조는 군주들과 재판관들 그리고 평신도들에게 설교하여 각자 자기의 임무에 따라서 성실히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평신도 중에서 자신의 임무 수행을 위하여 목숨을 바칠 수 있는 계층은 바로 그리스도인 기사들이었다.
2)사도적 생활 사제들의 공동생활
이 시대에 쇄신을 위한 움직임은 사제들 안에서도 일어났다. 무질서한 가운데서도 열성을 다해 자신들의 생활을 쇄신하려고 노력한 사제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그들은 이상적으로 성공을 했다기보다는 노력하고 몸부림친 열성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교부들의 가르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가장 강조된 것은 기도로서, 그것은 전통적으로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었다. 성직자들이 성경 안으로 깊게 들어갈 때 세속적인 생활에서 이탈하고 독신과 정결의 생활을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 베드로 다미아노는 어느 주교에게 성경을 열심히 읽고 이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여 이런 교훈을 주었다. 『그대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거나 또는 여행 중이거나 어떤 필요한 일을 할 때 그대의 입술은 지속적으로 성경으로부터 어떤 것을 깊이 반추하게 하고 절구 안에 든 곡식처럼 시편을 빻도록 하시오. 그리하여 향기로운 나무에서 나는 냄새처럼 향기를 내게 하시오』 성직자들의 악습을 제거하기 위한 처방으로서 교회가 시도한 것은 성직자들의 공동생활(vita communis)이었다. 이 방법은 이미 카롤링 왕조 시대의 의전사제들을 위한 개혁의 방법이었으며, 특히 817년 엑스 지방 공의회에서 성직자들을 위해 공포된 규칙이었다. 이 생활 방식은 사방으로 확산되어 여러 지역에서 성직자들이 공동생활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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