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김병도 몬시뇰(서울 구의동주임·지구장)이 사제 수품 40주년을 맞아 회고록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가톨릭출판사·비매품)를 펴냈다.
김몬시뇰이 펴낸 이번 회고록은 김몬시뇰의 사제생활에 대한 이야기보다 70년대 군부정권시대를 겪으면서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김추기경, 지학순 주교 그리고 가톨릭 교회의 역사를 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김몬시뇰은 40년을 살아온 한 사제의 삶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과거 교회를 살았던 증인으로서 어두웠던 시대를 함께 지낸 교회를 꾸밈없이 그대로 진술하고 있다.
김몬시뇰은 『사제 생활의 절반 가까운 세월을 김수환 추기경을 모시면서 암울했던 유신독재시절 내내 교회의 수장으로 필요한 발언을 하시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을 위해 쏟으신 역사에 길이 남을 행적을 글로 남기겠다는 결심으로 이 책을 낸다』며 책을 펴낸 의도를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교구장 비서실장, 홍보담당, 가톨릭출판사, 명동성당 주임 등을 지내면서 격동의 시기 때 김수환 추기경을 보좌했던 김몬시뇰은 당시 드러낼 수 없었던 시국발언과 성명서 등과 관련된 뒷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려주고 있다. 특히 제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김추기경의 첫 성명서 발표가 있기까지 문건작성, 일부 교회지도자들의 반대로 인한 무기연기, 언론통제, 다시 발표하는 과정 등은 민주화를 위한 교회의 첫 행보를 보여준다.
김몬시뇰은 무엇보다 서슬퍼런 군부독재시대 때 양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했던 김추기경의 인간적인 고민과 애환, 갈등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당시의 어려웠던 현실과 민주화를 위한 김추기경의 노력, 김몬시뇰 등 당시 뜻을 같이했던 사제들의 어려움들을 다시 한번 기억하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국발언을 했던 성탄강론, 「창조」지 사건, 지학순 주교의 구속과 명동사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등 박정희·전두환 정권과 함께 했던 가톨릭교회의 역사도 숨김없이 서술했다.
민주화운동으로 함께 성장해온 가톨릭교회의 행적을 회고한 김몬시뇰은 회고록의 구색을 갖추고자 성장기 과정, 신학교생활, 본당사목, 노인복지 등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도 함께 들려준다. 예전 엄격했던 신학교 생활을 들려주는 김몬시뇰의 회고는 후배사제들에게는 사제생활 지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담백하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은 김몬시뇰의 사제생활에 대한 회고는 웃음과 교훈을, 김추기경에 대한 회고는 역사의 증거와 뭉클한 감동을 전해준다.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40년을 살아온 김몬시뇰의 이 회고가 아름다운 이유는 어려운 시대상황 속에서 교회의 양심을 지키며 이 사회에 등불을 밝혀왔고, 사제로서, 목자로서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고 한결같이 살아왔기 때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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